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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추석 앞두고 한국 상담원과의 통화, 역시 감동!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9. 3.

 

 

 

 

 

한국에 살 때는 한국의 전화 상담원들이나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감사함도 적었고, 어쩌다 좀 불친절한 서비스직 종사자를 만나면 '저래서 저 일을 계속할 수 있으려나' 걱정까지 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 그리스에 살면서, 나름 관광국인 그리스라 관광업인 호텔이나 식당, 카페, 일반 상점, 쇼핑몰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비교적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지만 관광객과는 거리가 먼 은행 등의 전화 상담원 들이 한국에 비해 턱없이 딱딱한 말투를 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퉁명스럽기로서는 그리스 전체 직종에서 최고인 그리스 공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은행 등의 일반 전화 상담원 들의 말투를 듣고 있자면 한결같이 하나같이 딱딱하고 사무적이기만 해서  

'이 사람들이 불친절하게 대하려고 한다기보다 말투가 원래 이런건가! 그리스의 전화 상담은 요점만 딱딱하게 주고 받는 것인가 보다.'

결국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이민 초기엔 그렇게나 이상하게 여기던' 그리스의 전화 상담원들의 말투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그러니 작년에 한국을 방문하며 A/S 센터 직원과 거의 맞절을 했을 만큼 그 친절함에 새삼 깊은 감사를 표하게 되었는데요. (관련글 2013/07/13 - 한국 A/S센터 직원과 해외 이민자인 나의 좀 이상한 인사법)

 

오늘 저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하게 된 것입니다.

 

올핸 추석이 유난히 빨라서, 두 분만 단촐 하게 한국에 계시는 부모님을 미처 못 챙기고 넘어갈 뻔 했습니다.

그리스에는 없는 명절이니 음력으로 지내는 한국 명절을 놓치게 될까봐 늘 신경을 쓰는데도, 올해는 제가 바빠 그런지 날짜가 정신없이 가버렸던 것입니다.

 

로도스의 보름달

 

겨우 겨우 추석 전에 배송되는 선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을 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해외카드는 결제가 안 되어서 한국 계좌에서 무통장입금을 하려는데, 뭐가 문제인지 자꾸 오류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 추석 선물 결제 오류 때문에 오늘 제 계좌가 있는 한국의 한 은행 상담원과 통화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은행 상담원 남자분께서!!

그렇게 친절하실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한국의 친절함인가!'

 대박

 

전화로 상담을 받으면서도 감탄에 감탄을 연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간 인터넷뱅킹만 이용하느라 한국의 은행 상담원과 통화할 일이 거의 없기도 했지만, 그리스의 뚝뚝한 상담원들을 상대하느라 그리스에서 전화로 상담을 받을 때에는 제 그리스어 말투까지도 마치 상담원과 100분 토론이라도 하듯 딱딱하게 문제의 기승전결만 말하는 형태로 변해버렸을 정도인데, 그 한국 상담원의 친절한 말투와 차분하게 일을 처리해주는 태도에 새삼 감동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오류가 났는지 어떻게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지, 제가 다소 곤란한 질문을 해도 미소 석인 목소리로 어찌나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던지요!!!

 

"C은행 상담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결국 그 상담원 덕분에 오류가 잘 해결이 되었고, 제 질문에 차분하게 잘 설명해준 그 분이 어찌나 고맙던지, 저는 상담이 끝나자마자 "친절한 설명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어요!" 라고 몇 번을 말씀드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분과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국에 살 때에는 그런 상담원의 친절함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해서 단 한번도 이렇게 까지나 고마움을 표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리스에 살면서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 한국의 상담원과 상담거리를 만들어서 통화를 해야겠구나. 그 친절함 때문에 기분이 이렇게 좋아지니 말이지.'

라고 말입니다.^^

 

역시 있을 땐 감사한 줄 모르다가 없어 보니 감사함을 느끼니, 제게 현재 주어진 것들 중에 또 훗날 '아! 그 때 감사했었는데 몰랐네.' 여겨질 만한 것이 있는지 현재의 환경에서 감사할 거리를 찾아 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저는 비록 그리스에 살아서, 곧 한국에서 왁자할 추석연휴 때에도 그저 일상을 보내게 되겠지만, 올 해는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려 했던 제가, 친절했던 한국의 상담원 덕분에 어쩐지 도리어 추석 선물을 받은 기분이 다 드네요.

 

여러분도 명절증후군 없는 즐거운 추석 준비 하시길 바랄게요.

그리스는 다음 주면 시작될 새 학년 준비로 문구점, 쇼핑몰, 학원, 서점 들까지 다들 왁자한데요.

다음엔 그 이야기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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