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기한 그리스 문화

지친 나를 웃긴 그리스 친구의 증명사진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8. 11.

 

 

 

 

 

원래도 디미트라는 유쾌한 아가씨입니다.

함께 있는 사람까지 즐겁게 만들 만큼, 늘 에너지가 넘치고 잘 웃는 재미있는 친구이지요.

또 마리아나와는 얼마나 잘 놀아주는지 (아니 '함께 논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 하네요!) 딸아이는 디미트라를 만나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디미트라의 이 현란한 손동작 기억하시지요?^^
 
(관련글 2013/12/16 - 그리스인 친구들과 만리포사랑을 부르게 될 줄이야)
 
 

 

그런 그녀와 또 다른 친구인 갈리오삐(그녀의 이름이 갈리 '오빠'로 들린다는 독자님을 위해 그녀의 애칭을 알려드릴게요. 그리스에서는 이 이름을 가진 여성들을 약칭으로 '뽀삐'라고 부른답니다. 처음엔 두루마리 화장지가 연상되어서 이 이름의 약칭을 들었을 때엔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이젠 제 지인 중에 여러 명의 '뽀삐'가 존재하기 때문에 익숙해졌고 귀여운 약칭이란 생각을 한답니다.^^) 요즘 10월에 아테네에서 있을 한국어 능력시험 TOPIK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요.

몇 주 전엔 지난 회 차 기출 문제로 모의 시험을 보았는데, 그 후로 시험 걱정에 몹시 심각해진 두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이 친구들이 시험 응시원서를 작성하면서 정말 저를 빵 터지게 했던 일이 있었는데요.

 

갑자기 응시 날짜가 변경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서둘러 응시원서를 작성하고 응시료를 지불하는 등 바빴던 두 사람이, 저에게 보여준 응시원서에 붙인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뽀삐 양은 그냥 일반 증명사진을 무난하게 붙여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유쾌한 디미트라 양이 붙인 사진은...

 

증명사진은 분명 증명사진인데, 눈이! 눈이 빨간색인 거였어요!!!

 

 

이 사진도 이렇게 얼굴만 크게 반쪽으로 나온 이유가, 나비계곡에서 저와 셀카를 찍고 싶었던 디미트라였는데,

휴대폰 카메라가 줌 4배로 되어 있어서 그만 이렇게 사진이 나왔고,

분명 둘이 셀카를 찍었는데 사진을 확인하니 이렇게 나와서 함께 신나게 웃었답니다.

   우하하

 

 

그런데...증명사진은!!!

뙇! 빨간색 눈!!!

 

'이, 이걸! 시험응시원서에 쓰겠다고!!!???'

헉

 

 

아니! 왜! 일반사진에서 실수로 눈에 빛이 반사되어 빨갛게 찍은 것도 아니고, 하필 증명사진을 눈이 빨갛게 나오도록 찍었을까...정말 이상했는데요.

응시원서에 붙어 있는 그 사진을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놀라고 웃겼지만, 혹시라도 이 친구가 민망해 할까 봐 크게 웃지도 못 하고 저는 웃음을 삼키며 물어야 했습니다.

 

"음. 크헉. 음...(웃음을 참느라 목소리를 가다듬고)

저기 디미트라! 왜 눈이 빨간색이에요?

보통 증명사진엔 이런 모습으로 찍긴 어려울 텐데...

그리고 사진관에서 일부러 이렇게 찍어주던가요???"

 

 

정말 궁금한 마음에 물어본 제 질문에 대한 그녀의 대답에 저는 결국 참았던 웃음을 빵 터트리고야 말았답니다.

 

"아웅. 그게요. 이 사진은 다른 때에 필요해서 찍어 둔 것이었는데,

그냥 평범한 증명사진은 너무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좀 재미있게 나를 표현하고 싶어서 일부러 뽀삐에게 부탁해서

이렇게 찍어달라고 한 거에요.

헤헷! 뽀삐가 사진작가라 이렇게 증명사진이 나오게 알아서 찍어주더라고요.

참참! 그리고 쌤. 자세히 보면요~ 이 날 화장도 일부러 좀 과하게 했어요.

그래서 좀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어서 저는 정말 좋아요!!!"

ㅎㅎㅎ

 

역시...좀비를 좋아하는 특이한 디미트라 양입니다.ㅎㅎㅎ

 

저는 한참을 한 바탕 웃고 "그래도 시험응시원서에 이런 사진을 쓰면 아무래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사진을 바꾸면 어떨까요? " 라고 넌지시 말을 건넸고, 디미트라 양은 또 평소 그녀답게 쿨하고 흔쾌히 "그럼 바꿀게요. 다른 평범한 증명사진도 있어요!" 라고 말하고 다른 사진으로 얼른 바꾸어 붙였답니다.^^

 

 

나중에 그 증명 사진을 동수 씨에게 보여주니 역시 디미트라 양만큼이나 웃긴 것을 좋아하는 동수 씨 답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 이 사진 정말 마음에 드는데! 아니 왜 응시원서에 안 붙인 거야!

그냥 붙어도 손색이 없겠구만!!"

슈퍼맨

ㅋㅋ 내 그럴 줄 알았어요.

ㅋㅋㅋ

 

주말에 동수 씨가 2박3일 동안 다른 지역 은행 금고 일로 출장을 가는 바람에(동수 씨가 없으니 집에 정적이 감돌더라고요.^^) 저는 금요일 토요일도 평소보다 몇 시간 더 많은 근무를 해야 했었고, 짬짬이 책 작업을 하면서도 밤엔 마리아나와 또 다른 호텔 투어를 다녀오는 바람에 피곤해서 정신 줄 놓고 지냈던 요 며칠이었는데요.

한번 씩 디미트라 양의 증명사진을 보며 그녀 특유의 너스레를 떠올리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답니다.^^

 

 

 

"민수 씨! 이것 좋죠?" 라며, 시험의 듣기평가에 나오는 여성 성우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내서 수업 중에도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디미트라 양. (토픽 시험에서는 예문의 남자 이름으로 민수 씨가 자주 등장한답니다^^)

 

 

독특하고 유쾌한 당신 때문에 오늘도 크게 웃어서 감사해요!

 

 

 

 

 

관련글

2013/01/22 - 그리스인들이 한국어 발음을 실수하는 이유

2013/02/23 - 유럽인들을 멘붕시킨 한국의 가족관계호칭

2013/04/20 -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것

2013/05/15 - 외국인 친구가 특히 유아인이 좋다는 엉뚱한 이유

2013/06/21 - 한류팬 친구가 내게 한국 가면 꼭 사다 달라는 것

2013/07/06 - 내 그리스인 친구가 백만장자를 한번도 만나지 못한 이유

2013/10/19 - 이민호 덕에 혼자 한글을 깨친 그리스 아주머니

2013/11/13 - 그리스인의 한국어 공부에 큰 도움 준 김상중 씨

2013/12/16 - 그리스인 친구들과 만리포사랑을 부르게 될 줄이야

2013/12/28 - 그리스에선 응답할 수 없을 줄 알았다 1994

2014/04/23 - 그래도 한국에 가고 싶어? 그리스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