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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에서 부모님을 더 자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독특한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7. 28.


 

 


 


"저는 하루에도 번은 부모님에 대해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만 듣는다면, 이런 생각이 드실 같습니다.

올리브나무 씨는 효심이 가득한 딸인가 보다.' 라거나 혹은 해외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다 보니 자주 생각하게 되나 보다.’ 라고요.

 

그런데 그리스에 살며 하루에도 번씩 부모님을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제가 그리스 라는 독특한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인들, 오랜만에 만나면 무조건 부모님 안부를 물어요!

 

 

가족 관계가 끈끈한 한국에서도, 부모님을 알고 있는 어떤 연배 있는 지인을 오랜만에 만날 때면 간혹 부모님의 안부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 지인들이 부모님의 안부를 물어 오는 것은 정도의 빈도가 아닙니다.

가족 문화가 단단하고 친척 간의 결속력이 대단한 그리스인들은, 친구나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을 거의 대부분 안부를 묻는다고 보면 같습니다.


만약 상대의 부모님을 만난 적이 있다면 질문은 거의 필수 질문처럼 따라오게 되고, 상대의 부모님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서로의 인간 관계가 깊어질수록 질문은 필수 질문이 되는 합니다.

물론 이런 질문은 20 초반까지의 그리스인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질문인데, 이후의 연령층부터는 대부분 사용하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지인 : 어머, 오랜만이네요? 동안 지냈어요?”

 : . 지내요. 당신도 지내시는 거지요?”

지인 : . 저도 지내요. 부모님도 별일 없이 지내시나요?”

 : . 저희 부모님도 지내세요.”

지인 : 부모님께 안부를 전해주세요!”

 : ! 감사합니다!”

 

 

 

이민 초기, 제가 아는 지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그저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아마 우리 부모님을 결혼식에서 적이 있는 분이어서 이런 안부를 물어보나 보다.’

분은 동수 집안 친척분이니 이런 질문을 물어 보시는구나.’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스에는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때론 저와는 친하지만 전혀 우리 부모님을 모르는 분들 조차도 저로부터 부모님은 한국에 살고 계시고 그리스에 방문한 적이 있으시다.’ 정도의 정보만이라도 들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모님 안부를 물어본다는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이런 질문이 많이 불편했었고, 정작 제 부모님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부터의 안부를 전달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세상에나! 

이런 그리스인들의 언어습관을 혹은 어떤 경우 진심으로 상대방의 부모님의 안녕을 생각해주는 따뜻한 인사말을, 이제는 저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방학동안 마리아나의 그리스어 문법과 수학 복습을 봐주고 있는 선생님인 소피아 저와는 이제 친한 친구 사이인데, 친구를 수업 때문에 주일에 번을 보면서도 역시 때마다 부모님은 지내시지? 아버지께서 몸이 편찮으신 것은 괜찮아?” 라고 묻고 있는 이었습니다!

 

다른 친구 마리아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께서는 아테네 동생네 근처에 혼자 살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친구를 만날 때마다 저도 모르게 아버지는 요새 계시지?” 라며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아버지에 대해 묻게 되는 입니다!

 

물론 저의 이런 질문에 화답이라도 하듯, 친구들은 저희 부모님의 안부를 묻곤 하는데요.

너희 엄만 계시지? 아직도 결혼식 너희 엄마가 입으셨던 한복이 어찌나 예쁘던지 생각이 난다니까.” 라든가, 너희 부모님은 건강하시지? 한국에 분만 계셔서 적적하시겠다. 언제 그리스에 다녀가신다니?” 라고 안부를 물어보곤 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리스에서도 저처럼 사람이 북적거리는 지역에 살고 있는 경우에는  누구와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오다가다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서, 때문에 사무실을 방문하는 거래처 사람을 매일 보게 되면서, 동네에서 이웃들과 인사를 하면서도,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치는 아닌 다음에야 부모님 안부를 묻는 것을 듣게 되니, 아무리 습관적으로 물어오는 질문이라 해도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순간만큼은 저희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입니다.

 

요즘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이  매번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면서, 한결같이 이렇게 아쉬워하곤 합니다.

! 그래. 올해도 그리스에 오신다고? 어휴. 아쉽구나

다녀가시면 좋을 텐데 말이야.”


친척이나 친구들이 저희 부모님이 그리스에 오신다고 해서 뭔가 특별한 이벤트들을 해줄 같진 않지만, 적어도 말만은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아무리 습관적인 안부를 묻는 것이라고 해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답니다.

 

  

 

그리스에서는 내 앞으로 공과금 고지서 마다, 내 이름으로 서류를 관공서에서 마다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을 없어요!

 

 

언젠가 소개한 대로, 그리스는 양가 조부모의 이름을 물려받는 전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게다가 만약 빠빠드미트리우, 콘스탄티노스 처럼 흔한 성을 사용하는 사람이, 이름까지 마리아, 야니스 같은 흔한 이름을 갖고 있다면, 그 앞으로 공과금을 고지서를 보내는 회사들은 사람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같은 이름이 있다고 해도 한자 다를 있기에, 어떤 곳에 새롭게 가입을 때나 관공서 서류를 한글 이름 옆에 한자 이름 기록하게 하곤 하는데요.

한국보다도 같은 이름들이 많은 그리스에서는, 이런 같은 이름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모든 신상정보 아래에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을 반드시 기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는 그냥 일회성으로 기록하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관공서든 은행으든  이름로 된 서류를 떼려면 반드시 부모님 성함을 써서 제출해야 합니다.

이름과 부모님 이름은 세트처럼 묶여서 인지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학교 졸업장 같은 데에도 부모님 이름이 기록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은행 통장이나 신용카드의 이름이 새겨진 부분에도  이름 옆에 아버지의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를 들어, 여러분의 이름 중 김수현 이란 이름이 있는데, 아버님 성함이 김철이라면 그리스의 신용카드에는 이렇게 새겨지는 것입니다. (뒤에 오는 이름이 아버지의 이름입니다.)

 

  

     VISA


                                      08 / 2017

 KIM SOO HYUN  CHUL JOONG

                                (김 수 현           철 중)




이러다 보니, 그리스에서 앞으로 오는 모든 공과금, 은행 등의 고지서에는 이름 옆에 아버지의 이름이 같이 쓰여 있습니다.

그것도 우리 주소와 함께 봉투에 적혀 있는 이름 옆에 나란히 적히게 됩니다.

 




혹시 같은 성과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옆집에 살고 있어서 우편물이 실수로 옆집에 들어간다고 해도, 봉투에 있는 이름 옆의 아버지 이름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스에 이후로 한국에 때보다 훨씬 자주 아버지 영어표기 혹은 그리스어 표기의 성함 보게 됩니다.

며칠 전에도 위에 첨부한 것처럼 휴대폰 사용료 고지서가 집으로 왔는데, 고지서 봉투의 이름을 확인하면서 더불어 아버지의 이름도 보게 되었습니다.

OO. 라는 아버지 성함을 아버지께서 지금 살고 계시지도 않는 그리스에서 이렇게 자주 접하니, 살면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우편물을 받을 때마다, 관공서에서, 은행에서 서류를 떼마다 아버지의 성함 접하면서 초라도 아버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입니다.

 

  

 

결론적으로, 연세가 들수록 정신이 깜빡거려서 가끔은 당신의 이름을 써야 하는 곳에 발음이 아주 비슷한 이모의 이름을 쓰기도 하신다는 저희 엄마 멀리 있는 손자 손녀가 보고 싶지만 다들 바쁘다고 요샌 인터넷으로도 자주 없다고 서운해하시는 저희 아버지 챙겨드리지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저는 그리스에 살면서 이런 독특한 그리스 문화 덕에 이렇게나 하루에도 분을 생각하고 혹은 이름을 쓰거나 읽어가며 살고 있습니다.

 

저처럼 부모님과 떨어져 있는 사람에겐  고마운 그리스 문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 활기찬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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