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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지루한 그리스 마리아나에게 아기 토끼보다 더 기쁜 선물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7. 22.

 

 

 

 

 

방학을 한 지 한 달이 넘은 마리아나는 수영과 과외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는 시간 동안 엄마 일 하는 데 쫓아 다니며 구석에 앉아 만들기만 주구장창 하고 있자니 지루함에 몸을 비틀고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좋아하는 만들기이니, 별의 별 것을 다 만들어 가며 나름 창작의 기쁨?을 누리고 있지만 그것도 매일 매시간 이어지니 지루할 수 밖에 없겠지요.

 

 

   

 

 

최근 동수 씨에게 태블릿PC를 선물 받은 마리아나는 그걸 이용해 유투브에서 온갖 만들기 동영상을 봐 가며 열심히 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초등학생들은 부모가 항상 같이 다녀야 하는 법적인 부분 때문에 스마트폰 소지자가 현저히 적습니다. 다시 말해 굳이 휴대폰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대신 많은 아이들이 다양한 태블릿PC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리스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저가의 보급형 태블릿 또한 인기상품입니다. 제가 일찍 사 주는 것을 반대했기에, 마리아나는 그리스의 또래 아이들 중에서는 늦게 태블릿을 갖게 된 편입니다.




 


 


ㅋㅋㅋ

예전에 제 지인이 가내수공업을 했었는데, 

그 때 놀러갔다가 엉겁결에 종일 앉아서 도와주었던 생각이 어찌나 나던지요.

물론 그 분도 늘 즐겁게 일 하시던 분이었답니다^^

 

 

 

 

최근 뜨개질을 배운 마리아나가 동수 씨의 안 입는 청바지를 잘라서 만든 가방입니다.

물론 청바지 바느질은 두꺼운 천이라 좀 어려워서 제가 부분 도와주긴 했지만,

뜨개질 부분은 서툴지만 마리아나 혼자 한 것입니다.

 

 

 

 

이렇듯 계속해서 창작물은 늘어가지만 마리아나의 가내수공업을 하듯 똑같고 지루한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던 지난 주, 여름이라 휴가가 단 하루도 없는 마리아나의 고모가 특별히 시간을 내 큰 선물을 사 들고 왔습니다.

 

다름 아닌 아기 토끼였는데요!

토끼와 토끼장, 먹이까지 한 가득 들고 온 고모의 선물에 딸아이는 정말 좋아했고, 물이랑 먹이도 잘 주겠다고 약속하며 토끼에게 미노스 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뒤마당에서 강아지 막스와 사이 좋게 놀고 있던 고양이 말라꼬는,

(이 둘은 서로 늘 쓰다듬어 주며 사이가 좋습니다.^^)

아기 토끼의 기척에 얼른 집에 들어와 신기한 듯 토끼를 살펴봅니다. 

 

밖에 있던 천방지축 막스도 아기 토끼를 보고 싶어서 멍뭉거리며 제자리 점프 실력을 선보였는데요.~

 

어찌나 세게 뛰었는지 밥그릇이 다 엎어져버렸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후, 이 기쁨에 찬물을 확 끼얹는 사건이 생기고야 말았습니다.

퇴근을 한 동수 씨가 이 토끼를 보더니 질색을 하며, 토끼를 집안에서 키우는 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을 했고 (사촌 여자아이가 키우던 토끼에게 손을 물린 적이 있어서 그런 듯 했는데요.) 선물을 사온 자신의 여동생에게 무안하게도 토끼를 시어머님 댁으로 옮기라고 성화였기 때문입니다.

(참 아무리 딸을 위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해도, 이럴 때 보면 완곡하게 돌려 말 하지 않는 동수 씨 성격 때문에 제가 중간에서 참 곤란함을 겪게 되네요.--;;)

 

게다가 저희 동네엔, 워낙 호기심 많은 야생 고양이들주인은 있지만 외출을 하며 열린 남의 집 대문으로도 돌아다니는 강아지들도 많아서 아기 토끼를 마당에서 키우는 것은 토끼에게 위험한 일이어서, 결국 아기토끼는 시부모님 댁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마리아나는 시무룩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먹이를 줄 생각에 들 떠 있었던 것이지요.

 

안습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무룩해 있던 마리아나가 팔짝팔짝 뛸 만큼 기쁜 다른 선물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지난 주 글 중에 마리아나가 <안녕?! 자두야!!>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잠깐 썼었는데요.

세상에! 그 글을 보신 한 분께서 제게 비밀 답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바로 안녕?!자두야!!를 그리신 이빈 작가님이셨는데요!!!

저는 정말 까~~암짝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이빈 만화가님은 제가 안녕,자두야 이전부터 알던 만화가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초.중.고.대, 직장인 생활까지, 긴급 스트레스 상황에서 제가 하는 몇 가지 해소법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만화방에 혼자 하루 종일 앉아서 만화를 보는 것이었으니, 당연히 유명 만화가님을 알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한국의 만화방과 만화방 컵라면이 몹시 그립네요ㅠㅠ)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이빈 만화가님께서 그간 다른 닉네임으로 이미 제 블로그에 댓글을 몇 번 남기셨었고 제가 답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닉네임을 사용하셨기 때문에 이빈 만화가님이시라는 것을 제가 전혀 몰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만화가님께 자두야 만화를 우리 모녀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또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들이 자두야 만화를 열심히 보았는지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이메일을 여쭤보았고 덕분에 메일을 주고 받게 되었습니다.

(디미트라 양은 자두네 엄마가 우유 세일을 할 때 엄청난 양의 우유를 샀다가 곤란을 겪는 에피소드가 정말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빈 만화가님께서는 제 블로그를 한 동안 보아오셨고 마리아나를 좋아하신다며, 특별히 만화 속의 <자두와 동생들> 그림을 그리셔서 마리아나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주신 것입니다!

 

 



마리아나가 이 편지를 받고 얼마나 기뻐했을지 짐작이 가시지요??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했답니다!!

아기 토끼를 받았을 때보다 훨씬 더 말이지요.

한국 만화를 알리 없는 친구들에게까지도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돌아다녔을 정도니까요.

ㅎㅎㅎ

 

 

 

 

물론 저 역시 정말 기뻤고, 여쭤보았을 때 특별히 이렇게 관련 글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것도 감사했답니다.

사실 그간 제 부족한 블로그가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면서 각종 방송국이나 유명인사분들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요.

그 중에는 많이 유명한 분들도 간혹 계셨는데, 어떤 분들은 유명하셔서인지 너무 어깨에 힘을 주고 당신께서 연락을 남긴 것에 대해 제가 당연히 고맙게 여겨야 한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셔서, 참 난감할 때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유명한 분이라고 해도 제가 원래 크게 관심 갔지 않았던 분인데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빈 만화가님은 유명한 분이시고 저희 모녀가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신 분이심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겸손하게 말씀하시던지요.

참 감동이었습니다.

 

 

아무튼 만화가님의 편지 덕에 신이 난 마리아나는 방학이 심심하다고 징징거리는 일이 한동안은 좀 줄어들 것 같네요^^

만화가님! 감사합니다!!

 

더불어 이번 기회를 빌어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모든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마리아나와 저의 기쁜 마음을 나누어 드리고 싶네요!!

여러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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