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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그리스 마리아나, 내 딸이지만 참 만화 캐릭터 같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7. 12.

 

 

 

 

 

 

제 딸이 좀 엉뚱한 애 라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 주 동안도 몇 번은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이 아이의 엉뚱한 면을 보고 있자면, 흡사 만화 캐릭터가 떠오르곤 합니다.

순정만화의 아름다운 주인공 캐릭터가 아니고요. 명랑만화의 엉뚱한 행동을 하는 그런 어린이 캐릭터 말이지요.

 

요즘 마리아나가 하는 엉뚱한 행동 중엔 이런 것이 있습니다.

 

며칠 전 수영강습을 끝내고 나온 마리아나가 샤워실로 들어가며 제게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엄마. 오늘 수업 중에 내가 반대편 끝까지 수영해서 가다가 좀 힘들어서 잠시 멈춰 있었거든요. 선생님께서 쉬는 시간도 조금씩 밖에 안 주고 다섯 번 넘게 왕복 하게 해서 좀 숨이 찼었어요.

근데 어떤 남자애가 나보고 빨리 가야 된다고 막 잔소리를 하는 거에요.

얼굴도 잘 모르는 앤데 자기가 선생님도 아니면서 왜 그러는지

나는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어요!"

생각중

 

저는 짐짓 딸아이를 편들어주는 척 하면서 "어이쿠. 속상했겠네. 잘 모르는 애가 왜 그랬을까? 그래서 오늘도 걔 모르게 주먹을 꽉 쥔 거야?" 라고 물었고,

딸아이는 "네. 그래도 조금 기분 나빠서 오늘은 한 번만 꽉 쥐었어요. " 라고 말을 하고는 샤워실로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녀석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자, 저는 혼자 숨 죽어 큭큭거리며 배를 잡고 웃었는데요.

웃겨

바로 마리아나의 주먹을 꽉 쥐는 행동이 정말 웃겨서입니다.

 

그렇습니다.

마리아나는 좀 억울하거나 상대방에게 좀 화가 났는데, 만약 상대가 자신이 감당하기 버거운 상대이거나 잘 모르는 사람일 경우 직접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늘 상대가 못 보게 혼자 주먹을 꽉 쥐며 소심하게 '내가 화났다 이거야.'라는 것을 표현하고 만족하는 것입니다. 물론 상대는 얘가 주먹을 꽉 쥐었는지도 모르는데 혼자 주먹을 꽉 쥐었다는 것 마치 큰 복수라도 한 것처럼 어찌나 만족을 하는지 저에게 무용담을 얘기하듯 자랑까지 하는 것입니다.

ㅋㅋㅋ

 

그렇다고 그 상황이 진짜 주먹을 쥐고 분노에 떨 만큼 그렇게까지 화가 난 상황도 아니니(그런 상황이라면 감정 풍부한 마리아나는 울어버리지요.) 그렇게 주먹을 쥐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녀석은 또 금새 기분이 또 좋아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주먹을 꽉 쥐는 행동을 저도 우연히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상대가 안 보이게 손을 등 뒤로 살짝 감추고 주먹을 꼭 쥐고 얼굴은 살짝 불만 있는 표정이지만 나름 평온하여서' 그 모습이 얼마나 만화캐릭터 같은지, 애는 나름 언짢아 한 행동인데 제가 웃을 수는 없어서 매번 참았다가 뒤에서 웃으라고 애를 먹게 됩니다.

 

 

 

마리아나가 좋아하는 '안녕 자두야'에 나오는 어린이들과 닮아가는 걸까요? ^^;;

 

샤워를 하고 나오는 마리아나에게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애 안 보이게 오늘은 어떻게 주먹을 꼭 쥐었는데?"

 

"그거야, 뭐...물 속에 손을 넣고 꼭 쥐었어요. 헤헤"

 

"푸하하하..."

ㅎㅎㅎ

저는 도저히 그 모습이 상상이 되어서 웃음을 참을 수 없어 터지고야 말았는데요.

녀석도 자기가 생각해도 좀 웃긴지 같이 베시시 웃으며 "엄마는 그게 그렇게 웃겨요? 자꾸 웃고 그래요?" 라고 멋쩍어 했습니다.

 

 

그런 딸아이가 어제는 대문에 꽂혀 있던 근처 마트 세일 광고지를 너무 유심히 쳐다봐서 제가 물었습니다.

 

"뭐 갖고 싶은 거라도 있어? 뭘 그렇게 한참을 쳐다봐?"

"응...그게 아니고요. 아무리 봐도 잘 안 보여서요."

"뭐가?"

 

"여기 체중계 세일 한다고 되어 있는 곳 말이에요.

여기 이 여자모델이 체중계 위에 올라가 있잖아요.

그래서 도대체 몸무게가 얼마일까 정말 궁금해서 아무리 자세히 사진을 들여다봐도 몸무게 부분이 잘 보이질 않아요.

아휴. 눈 아파서 이제 그만 들여다 봐야겠어요. 궁금한데 알 수가 없어요."

 

바로 이 광고지입니다. 

 

이 부분을 눈 빠지게 들여다 본 것이지요! ^^;;

 

 

"................."

 

 

광고지를 보고 그런 게 궁금할 수 있다는 게 놀랍고, 그게 혹시나 보일까 해서 또 눈 아프게 계속 들여다 보다니요!!

아니, 아무리 체중계 광고이지만 누가 모델 체중이 보이게 사진을 찍겠어요~~~

그렇게 너무 사진을 들여다봐서인지 눈을 부비부비하면서 한참을

 "아아~~ 눈 아파요!!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것 같아요~~~~" 라던 마리아나입니다.^^;;

 

ㅎㅎㅎ

 

제 딸이지만, 참 제겐 없는 엉뚱함을 갖고 있는 아이입니다. ^^;;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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