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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주변 그리스인들, 월드컵 16강 진출 확정되고 나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6. 25.

 

 

그리스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 2014 조별 경기를 치르며, 지난 콜롬비아 전 때와 일본 전 때도 승리를 하지 못 했었습니다.

더욱이 일본 전 때에는, 제가 사는 동네에는 장례를 치른 집안이 있어서 1주일은 조용히 지내주는 것이 이웃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던 인근 주민들이 모두 숨죽이고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저희 동네에 200가구가 붙어 사는 것을 생각해볼 때, 그리스-일본 축구 경기를 보면서도 조용했던 이웃 그리스인들의 의리가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그리스-코트디부아르의 경기를 관람하는 이 지역 집들과 근처 스포츠 카페까지 경기 시작부터 들썩이며 시끄러웠는데요.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기 때문에 더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기 관람에 몰입하며 응원하는 듯 했습니다.

게다가 이 시기에 그리스를 여행 중인 관광객들까지도 이 신나는 구경을 놓칠 새라 카페나 식당에 모여 함께 그리스를 응원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서 잠깐, 코트디부아르리스어로는 어떻게 부를까요?

 악티 엘레판도스투Ακτή Ελεφαντοστού (코끼리상아 연안) 라고 특이하게 부릅니다.

프랑스어인 코트 부아르Côte d'Ivoire 영어인 아이보리 코스트Ivory Coast 그리스어로 번역해서 부르는 인데, 이런 그리스어로 부르는 여러 나라 이름 중에 이름은 국제적 명칭과 뜻은 같지만 발음이 완전 달라서 독특한 이름입니다.

참고로 그리스에서는, 자국인 그리스는 엘라다 Ελλάδα, 대한민국 노띠아 꼬레아 Νότια Κορέα, 일본은 이아뽀니아Ιαπωνία, 중국은 키나Κίνα, 미국은 이파ΗΠΑ 또는 아메리끼Αμερική, 프랑스는 갈리아 Γαλλία, 영국은 아글리아 Αγγλία, 스페인은 이스파니아Ισπανία, 스위스는 엘베띠아 Ελβετία 등으로 부릅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중간에 골 찬스가 터질 때마다 아쉬움의 거대한 탄성들이 집집마다 새어 나왔고, 평소 국내리그 경기 때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늘 열을 올리는 그리스인들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가 1:0으로 이기다가 후반전 말미에 1:1이 된 후로는 응원과 고함 소리가 더 거세졌고, 경기가 거의 끝날 무렵 요르기오스 사마라스가 패널티킥 찬스를 얻었을 때는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들을 지르고 책상이나 물건을 두드리는 소리들이 더운 여름밤 열린 창문들을 통해 집집마다 울려 퍼졌습니다. (물론 이 패널티킥 기회에 대해 오심이란 의견들도 있고 저는 축구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바가 많지 않지만, 그리스인들 입장에서 본다면 자국에게 유리한 판결에 대해 오심이라고 따질 이유가 없겠지요?^^;;)

 

결국 마지막 요르기오스 사마라스가 성공시킨 골로 인해 그리스는 16강 진출이 확정되었고, 원래 평소에도 축구 사랑이 지극해서 국내리그에도 가문끼리 싸움 나고 남자 아이들은 서너 살만 되도 어린이 축구교실부터 보내는 그리스인들인데, 이 승리를 맘껏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간 그리스인들이 평소 생활 속에서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는지 지켜봐 왔던 저로서는, 이번 16강이 단지 그리스 축구 선수들의 실력에 대한 결과만이 아니라 마치 그리스인들의 평소 지극한 축구 바라기를 보상받는 결과인듯한 기분듭니다.

 

오늘 로도스 시의 한 대형 서점에 들렀는데요.

어린이 책 코너 베스트 셀러에 이런 책이 소개되고 있었습니다.

이는 월드컵 기간이라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이런 류의 책은 축구를 좋아하는 그리스 어린이들에게 늘 인기가 있습니다.

 

 

게다가 월드컵에 3회 진출하는 동안 16강에 든 적은 한번도 없었던 그리스는, 오늘 경기 전까지 C조 4위로 16강에 진출할 확률이 15% 정도 밖에 안 되었으니, 그리스 국민들은 그리스 국가대표팀이 이번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를 이기고 16강에 진출한 것이 더 기쁠 수 밖에 없겠구나 싶습니다. 

 

이렇게 경기가 끝이 나며 그리스의 16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동네엔 함성이 터져 나왔고 큰 길에 지나가는 차들은 밤 1시가 다 된 시간에 빵빵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여긴 주택가라 이 정도의 환호는 30분만에 끝이 났지만, 오늘밤 그리스의 바, 클럽, 식당, 카페 들은 그리스 젊은이들과 덩달아 신이 난 관광객들의 파티로 정신이 없을 듯 하네요.

물론 주택가라 시끄러운 차 경적 소리와 고함치는 소리는 끝이 났다고 해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폭죽 터트리는 소리가 이곳 시간으로 새벽 3시가 넘은 현재에도 끝나지 않고 팡팡 거리는 중입니다.

 

크리띠 이라클리온(그리스 크레타) 시 중심에서 16강 진출 파티를 벌이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모습입니다.

(원문 뉴스 출처 http://www.ekriti.gr/article/panigyrismoi-gia-tin-prokrisi-sto-kentro-toy-irakleioy)

 

 

밤 잠귀 밝은 저는 오늘 잠을 자기는 다 틀린 것 같습니다. 덕분에 여러분께 이 시간 그리스 소식을 전하게 되었네요.

또 그리스 시간으로 내일 아침, 안 그래도 목소리가 쩌렁거리고 입에 모터 단 것처럼 말이 빠른 그리스 뉴스 앵커들이 또 얼마나 흥분해서 뉴스를 전할지 사뭇 짐작이 가네요.

 

한국인들 이상으로 감정표현 확실하고 목소리 큰 그리스인들의 16강 축하 풍경입니다!

 

여러분 힘찬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참, 저는 이번 월드컵 한국경기를 해외에서 live로 보는 것이 어려워서 - 해외 서비스를 차단해둔 방송사가 많더라고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로만 경기를 봤었는데, 나중에 주요장면을 찾아보다가 애국가 장면에서 애국가 반주부분부터 울어버렸어요.  해외에 나오니 참 이런 것에도 눈물이 날 수 있구나 싶습니다...

딸아이에게 애국가 가르칠 때도  가르치다 말고 괜히 울컥 눈물이 나서 2절까지밖에 아직 못 가르쳤답니다.

그래도 이제 그리스인들의 16강 진출을 같이 기뻐해줄 수 있는 정도의 마음의 여유는 생겨서 다행이다 싶어요. 이민 초였다면 그리스인들을 잘 모르고 이해하지도 못 하니, 저 혼자 스스로를 왕따 시키면서 군중속의 고독을 느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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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다음 뷰 추천 제도가 없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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