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인들은 휴가를 산토리니로 가지 않는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6. 11.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된 요즘, 혹시 올 여름 휴가 계획들은 미리 세우고 계신가요?

물론 올 여름 할 일이 잔뜩 쌓여서 이런 질문에 콧방귀를 끼거나 한숨이 나오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올해는 야심 차게 휴가를 준비하는 분들도 있어서인지, 최근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보통 어디로 휴가를 가나요? 

나라 전체가 남들이 휴가 오는 휴가지인데 어디로들 갈지 참 궁금해요.

혹시 산토리니 같은 곳으로 가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

 

저는 이 질문을 읽고 웃음이 터졌는데요. 그 질문을 하신 분이 정말 공감이 되어서입니다. 저도 예전엔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요.

제가 그리스에 와 보기 전에, 막연히 별장을 짓고 살고 싶어했던 장소는 미코노스였습니다.

파랗고 하얀 집들과 CF에서 보았던 풍광이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지요.

 

물론 국제적으로 <그리스의 10대 섬> <그리스의 10대 휴양지>를 선정할 때, 산토리니 미코노스는 해마다 빠짐없이 순위에 랭크되는 아름다운 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스의 10대 섬 Top 10 Greek Islands  (http://www.inyourpocket.com/)

그리스에 있는 227개의 큰 섬들 중에 

전 세계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섬을 선정한 것입니다.

  1. Santorini 산토리니

  2. Crete 크레타

  3. Mykonos 미코노스

  4. Hydra 히드라

  5. Cephalonia 케팔로니아

  6. Paros 파로스

  7. Corfu 콜푸

  8. Skiathos 스키아소스

  9. Rhodes 로도스

10.  Ios 이오스

 



아래는 다른 곳에서 <그리스 10대 섬>을 조사한 결과인데, 

조금 결과가 다르지만 산토리니는 여전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http://www.top10greekislands.com/




하지만 그리스에 살며 그리스 문화를 알고 나니, 그리스인들은 국제적으로 휴양지로 알려진 산토리니미코노스여름 휴가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장소들은 휴가 보내기에 더 없이 좋을 만큼 아름다운 섬들이지만, 그리스인들이 휴가를 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리스인들은 모든 업종에서 여름이 성수기이기 때문에, 여름에 긴 휴가를 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한번 상상해보면 이렇습니다.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 연중 7~9개월 동안은 여행 온 사람들로 꽉 차, 지역 인구가 적게는 3 배에서 10 배가 된다면 어떨까요?

여행사나 호텔, 식당만 붐비는 것이 아니라, 슈퍼마켓, 은행, 회사들까지 덩달아 바빠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인들은 해마다 그런 형태의 북적거리는 여름을 맞이하다 보니 여름 휴가를 따로 뺄 수 있는 사람들은 공무원이나 일부 직종뿐이고, 대부분 사람들은 짧게라도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공휴일이 주말과 붙어 있는 기간에 월차나 연차를 붙여서 멀지 않은 곳으로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길게 휴가가 필요한 해외 여행은 그리스인들의 경우 대개 비교적 한가한 겨울 시즌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아예 긴 휴가는 여름이 아닌 겨울에 고정적으로 배치해 둔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리스인들에게 '바쁜 여름에 국내에서 짧게라도 부담 없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휴가지' 는, 유명한 특정 휴양지가 아닌 대개 '우리 집안 별장이 있는 지역'입니다.

   

      # 그리스의 별장 문화는 이래요!

 

그리스인들은 부유하지 않더라도 집안마다 별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끼리 주말에라도 잠시 쉬다 올 수 있는 별장 문화'가 유럽의 보편적인 문화 중 하나이기 때문인데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가족과 함께 하는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 때문이기도 하고, 별장을 빠른 시일에 짓는 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지으며 5년이든 10년이든 오랜 기간에 거쳐 완공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리스인들의 경우 집안 남자들이나 친구들이 도와서 전문가 몇 명과 함께 손수 별장을 건축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며 완공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그리스에서는 한번 이렇게 지어둔 별장은 대개 가족들이 계속 함께 쓰다가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그 자녀는 또 그 자녀에게 물려주는 형태로 '집안 별장'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아, 내가 별장을 굳이 짓지 않더라도 우리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별장이 있다면 그것이 내 것이 될 수도 있고, 형제들과 함께 별장을 공유하며 돌아가며 사용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집안 별장'은 땅이든 별장이든 선조로부터 자식들에게 대물려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개 그 집안의 '고향'인 지역에 있기 마련인데요.

결국 그리스인들은 별장이 있다면 큰 비용 없이 편하게 휴가를 지낼 수 있으니, 자신 집안의 고향으로 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 친구 마리아의 경우, 남편도 그녀도 고향은 아테네이고 거기서 평생을 살다가 로도스로 이주했지만 마리아의 집안의 고향인 모 섬에 집안 별장이 있고, 같은 이유로 남편도 다른 섬에 별장이 있어서 여름 휴가를 갈 때면 동생들과 친구들이 있는 아테네로 가기도 하고, 두 사람의 집안 별장이 있는 섬들로 떠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로도스가 고향이라 '집안 별장'이 있는 아테네에 사는 동수 씨의 먼 친척들은, 해마다 로도스로 여름 휴가를 오는데 그럴 때면 저희도 그 별장으로 찾아가 함께 그분들을 만나곤 합니다. 


 

로도스 섬의 예나디 라는 지역의 시아버님의 이모님 집안의 별장인데, 

참 아름답고 조용해서 저희도 해마다 초대를 받아 찾아가면 나들이 간 기분이 들곤 하네요.



또 어떤 지인들은 집안 별장이 사는 곳에서 두어 시간 내의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기도 해서 주말마다 가서 쉬다 오거나, 친한 친구들을 자신의 별장으로 초대해 함께 바비큐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제 주변 지인들은 이제 각자의 별장이나 고향 지역으로 올 여름 휴가를 떠날 계획을 마친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 물론 산토리니가 고향이라 산토리니에 별장이 있는 그리스인들은 산토리니로 떠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리스에는 수천 개가 넘는 섬이 존재하기에, 해외에 알려지지 않은 작은 섬들 중에 그보다 아름답고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는 조용한 섬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산토리니가 고향도 아니고 별장도 없는데 거기로 휴가를 떠날 그리스인들은 많지 않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 그럼 올리브나무 씨네 가족은 올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요?

 

"마리아나는 올 여름 어디 갈 계획 없어?"

요즘 저도 주변 그리스인들로부터 자주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아이들만 미리 고향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내고 나중에 부모가 그쪽으로 휴가를 가는 경우도 많으니, 방학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는 것인데요.

(* 그리스는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양부모 월급의 합이 6,000유로(약 900만원) 이하이면 '여름학교'를 3개월 동안 공짜로 다닐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그리스인 부모들은 맞벌이를 해야 하니 아이를 여름학교에 보내기도 하지만, 그 중 어떤 부모는 '아이가 정서적인 부분에서 조부모와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여름학교보다 더 배울게 많겠다.' 여겨 일부러 아이를 시골로 보내는 부모들도 있고, 또한 조부모들도 흔쾌히 방학 동안 아이를 돌봐주곤 합니다.)

 

동수 씨의 집안에도 현재 외할머님이 살고 계시는 읍 단위 동네에 외할아버님 집안이 수백 년을 갖고 있었다는 땅과 작은 별장이 있는데, 이곳은 시에서 30-40분 내외 거리로 휴가를 가기엔 너무 가까운 곳에 있는데다 그 땅에 동수 씨 외할머니께서 소일거리로 땅이 빼곡하도록 별의별 종류의 농사를 다 짓고 계시기 때문에 별장기능을 할 수 없어, 현재 가족들은 사용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 땅은 시어머님 명의로 되어 있어서- 외삼촌들은 그리스 문화대로 각자의 처갓집 가문의 별장들을 갖고 있어 그 쪽으로 휴가를 가니- 할머님께서 훗날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하신다 해도 저는 사용할 때마다 좀 불편할 수밖에 없을 듯 해서 썩 내키는 장소가 아닌 것입니다. 별장의 명의자는 별장을 사용하든 안 하든 수도요금과 전기요금, 재산세 등의 공과금을 내야 하니 어머님께서 매달 그것을 내고 계시는 것을 목격하고 있어 사용할 때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고, 열쇠가 있는 어머님이 언제든지 불시에 오실 수 있는 별장이기에 제가 아무 때나 편하게 이용하기에 적합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물론 결정적으로는 제가 사는 곳과 너무 가깝고 바다도 산도 아닌데다 아주 시골도 아니면서 내륙지대여서, 휴가지 같은 느낌이 적기 때문이겠지만요.

 

게다가 동수 씨는 특히 여름에 휴가를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최근 제 업무도 더 늘어서, 올 여름에는 가까운 해변에 틈틈이 다녀오고 구시가지(Old Town)이나 자주 돌아다니는 것을 휴가로 생각해야 하나 싶습니다.



대신 마리아나는 여름방학 수영강습과 다른 프로그램을 등록해서 휴가 생각이 안 나게 재미있는 스케줄을 만들어 두었답니다.

 

여름방학 수영강습 체험과정 중인 마리아나 / 다른 수영강습 때 아이들을 지켜보며 기다리는 그리스 부모들



학교에서 하는 '여름학교'는 과정이 알차서 좋지만, 아침 7시에 수업이 시작해서 제가 사양이에요.^^ (방학 동안에 학기중보다 한 시간을 더 일찍 일어나야 하다니요! 여건이 안 된다면 모를까 그럴 순 없지요!)


 

참, 제일 중요한 스케줄인 마리아나가 좋아하는 스파게티를 자주 사주는 것도 잊으면 

여름방학동안 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마리아나가 제일 좋아하는 스파케티집 건너편 팬션형 호텔사진입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 독자분들의 티스토리 초대장 신청은 계속 받고 있습니다. 반드시 이메일을 알려주셔야 발송이 가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