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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그리스 친구도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4. 11.

 

 

 

얼마 전 그리스인 친구 갈리오삐부터 한글로 톡이 왔습니다.

 

쌤. 시크릿가든을 다시 보고 있어요. 거기에 김주원이 길라임에게 말해요.

 '거기 가봤어?' 이렇게요.

 가봤어? 먹어봤어? 이것 수업 때 배웠는데 다시 설명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한국어 이해를 잘 못해서요! 

 

 

한국어 이해를 잘 못한다는 친구가 한글 문자를 얼마나 오타 없이 잘 써서 보냈던지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났습니다.^^

마침 다음 날 만나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는 "만나서 자세히 설명해 줄게요." 라고 답문자를 보냈습니다.

 

다음 날 저녁 와플가게에서 마리아나와 갈리오삐의 생일 선물을 서로 교환을 하며, 저는 그녀가 질문 했던 부분을 다시 설명해 주었습니다.

 

선물을 받고 정말 좋아해던 마리아나.

책과 학용품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와플과 밀크쉐이크를 맛있게^^;;

 

그러며 극 중 김주원 역을 맡은 현빈이, 이 드라마에서 유독 왜 그렇게나 멋있어 보였는지 때 아닌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여러 당연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 현빈은 잘 생겼다. 현빈이 멋지다. 드라마 내용이 재미있다. 드라마 음악이 좋다. 하지원과 잘 어울린다. 등등 - 그런 한번쯤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당연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저도 여성들이 이 드라마에서 현빈의 역할에 열광한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노래까지 잘 하는 현빈의 '그 남자'
 
 

현빈이 그 드라마에만 나왔던 것은 아니지만, 모든 드라마에서 여배우와 그 만큼의 캐미(화학반응)를 보여주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으니까요.

물론 워낙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작품이니 당연히 현빈이 멋있게 보였겠지만, 극 중 운명처럼 길라임(하지원)을 만나 처음엔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여겼지만 결국 그녀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줄 결정을 할 만큼 포기 하지 않고 그녀를 사랑한 김주원(현빈)의 끈질긴 사랑이, 그리고 처음엔 하찮게 여기던 길라임을 아주 소중히 여기게 된 현빈의 극 중 모습이, 여성들의 마음을 두드린 것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리스인 두 친구 갈리오삐와 디미트라에게 이런 제 생각을 말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녀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갈리오삐 :

"아! 정말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만약 누군가 나를 자기 목숨을 내 걸만큼 그렇게나 소중하게 여겨준다면, 어떻게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싶어요! 저도 쌤말처럼 누군가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고 싶은 걸요. 물론 현빈이니까 그런 모습이 더 멋지게 보인 것도 있겠지만요."

 

디미트라:

"맞아요! 현빈 나오는 사극 영화도 보고 싶어요! 화난 등 근육이래요! 하하"

 

 

 

두 사람의 이야기는 다시 한류스타들의 최근 근황과 최근 한국 드라마, 영화 이야기로 옮겨갔습니다. 이로 아주머님의 팬심이 이민호에서 최진혁에게 옮겨갔다는 소식도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한국 연예정보프로그램을 굳이 볼 필요가 없습니다. 두 친구가 저의 연예가 중계이고 한밤의 TV연예니까요.^^)

그런데 친구들의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제 생각은 여전히 아까 이야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외롭고 바쁜 이 시대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중요한 사람이고 싶은 마음을 

다들 갖고 사는 게 아닐까

누군가 나를 제대로 기억해 주기만 해도

하루가 기쁘고 의미있게 여겨지기도 하니...'

 

 

상대가 꼭 현빈처럼 잘 생긴 남자나 하지원처럼 매력 있는 여자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목숨을 걸 만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그저 조금이라도 나를 소중히 여겨줄 때엔, 마치 꽁꽁 언 손으로 따뜻한 차가 담긴 머그잔을 감싸 쥐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하는 듯 합니다.

따뜻함이 사랑이 아닌 우정, 친절, 배려… 어떤 다른 색깔이라도 말이지요.

 

불현듯 내가 그간 받았던 사랑들이 떠올랐습니다.

부모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지인으로부터, 심지어 블로그를 통해 인연을 맺은 분들로부터…

크기와 색깔은 다르지만 나를 소중하게 여겨주었던 따뜻함들이, 살면서 참 고맙게도 많았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최근에 불평하며 짜증스럽게 여길 만큼 '복잡한 그리스의 가족들 간의 간섭에 대한 제 굳어버렸던 마음' 스멀스멀 녹아 내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한국의 어떤 교수님이 강단에서 했던 말도 함께 떠 올랐습니다.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받은 만큼 나누어 줄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합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서만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주기 위해서도 태어난 사람이지요. 받기 위해서만 태어났다고 생각한다면 사랑을 내게 주지 않는 사람들이 다 밉고 원망스럽지만, 사랑을 주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마음이 들 이유가 별로 없답니다. 다만 내 마음이 사랑이 없이 텅 비어 있다면 줄 것도 없으니, 받은 사랑들을 가득,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겠지요."

 

받은 사랑을 기억하며 손 꼽아 보고 감사할 줄 아는, 그래서 내가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고 싶은 만큼 내가 먼저 조건 없이 남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와플가게를 나오니 바람이 제법 불고 있었습니다.

그날 따라 저의 '연예가 중계'가 되어, 현빈 이야길 해준 그녀들이 더 예뻐 보였습니다.

제게 온 소중한 인연들이구나 싶습니다.

 

 

여러분,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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