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기한 그리스 문화

좀처럼 견디기 힘든 그리스의 겨울나는 법.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2. 18.

좀처럼 견디기 힘든

리스의 겨울나는 법.

 

 

 

 

 

그리스는 여름 성수기동안 비가 단 한 방울도 오지 않습니다.

거의 7개월 동안 단 한 번의 비도 구경할 수 없는 긴 여름을 보내고 나면,

겨울 5개월 동안 거의 매일 비가 옵니다.

<출처- SecretRhodes>

 

그래서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으로 나무와 풀이 바짝 타들어가 마르다못해, 한 여름인도 상록수들을 제외하고는

숲은 초록보다는 갈색이 더 풍경을 지배하는 색깔이 됩니다.

 

오래전 알베르 까뮈의 작품 '이방인'에서 '작열하는 태양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대해 읽으면서,

뭐 저렇게 말도 안되는 설정이 다 있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알베르 까뮈가 지중해 알제리출신의 프랑스사람으로 이탈리아에도 거주했었던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한국의 채감광도 3배는 되는 것 같은 지중해의 한낮의 태양이 사람을 얼마나 몽환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작가의 의도가 이해가 되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3년전 로도스 여름 - 햇볕에 눈을 못뜨는 딸아이>

<작년 여름 로도스 아판두Afandu 해변에서>

 

반대로 겨울에는 몹시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섬 전체가 푸르다 못해 울창해집니다.

이렇게 한국과 반대되는 풍경에, 여름엔 덥지만 건조하고 겨울엔 춥지만 습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단 한 번도

살아 본적이 없던 저로서는 이곳에서의 첫 해 겨울이 몹시 견디기 어려웠었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에 그리스에 대해 예상하기로는 여름에 40도~45도 까지 바싹 마르게 더운 그리스 로도스 지역이

겨울에 추워봤자 얼마나 추울까, 였었습니다. 게다가 겨울측정기온은 -1,2도라하니 추운 한국에 비해 그리 춥지 않을

것처럼 여겨졌었고, 매니저씨

“더 기온이 낮더라도 건조하고 쌩한 한국의 겨울이 좋아!”뿌잉

 

라고 한국겨울예찬론을 펼칠 때에도

콧 웃음을 치며 “무슨 소리야. 덜 추운 게 나은 거지."웃기시네

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신이시여. 어찌 제가 이렇게 잘난 척하며 비웃는 일에는 꼭 호된 경험으로 저를 겸손케 만드십니까.엉엉

 

그리스에서의 첫 해 겨울은 제 예상을 뒤엎고 저를 우울증으로 까지 몰고 갔었습니다.

그도그럴것이, 한국의 장마철처럼 하루 종일 장대비가 오고 천둥 번개 우박이 치는데

측정기온은 -1,2도이지만 거센 바람과 천둥번개, 아스팔트가 패일정도의 폭우로, 체감온도는 -10도를

넘는 날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날씨가 일주일 7일 중 5일은 지속되는데다가 나머지 2일조차도 해가 떠있는데도 불구하고 간헐적으로 장마비처럼 비가 내리는 날들이 많습니다.

비 한 방울 안 오는 여름 끝인 10월 중순 쯤 첫 비가 올 때는 아, 좋다. 시원하다 싶다가도 이런 폭풍 장대비가

3개월이상 지속되는 2월쯤이 되면 온 몸의 뼈마디가 쑤시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평소 뼈마디가 튼튼한 편인 저는 그리스에 와서 처음으로 뼈가 시리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높은 습도와 낮은 기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두통을 호소하게 되고

대개 아침 8시에 시작하는 학교와 직장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일도 만만치가 않게 됩니다.

게다가 그리스의 겨울은 봄이 오며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3월 말까지 계속 추운 겨울이다가 4월 2주정도 살짝

우리나라 봄 같은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여름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봄과 가을이 없는 셈입니다.

 

하필 무척 바빴던 지난 금요일은 천둥번개에 장대비가 쏟아지다 못해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느라 12시 넘어 남편과 집에 들어와보니 폭우 때문에 저희집 인터넷라인까지 끊긴 상태였습니다.

(오늘까지도 저희집 인터넷이 복구가 안되어 저는 지금 다른 곳에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덕분에 주말동안 블로그에 글쓰기는 물론, 한국에 보내야하는 일관련 email쓰기, 한국TV보기 모두를 못하게 되었지요.

여러분 보고팠어요~보고파(이 그림 케릭터, 어쩐지 얼굴이 저랑 무척 닮았군요. 흠칫 놀랐어요...)

 

암튼 인터넷이 끊긴 주말,

간만에 매니저씨와 함께 장을 보고 백만년만에(사실은 거의 6개월만에) 스타벅스에서 둘이 커피도 마셨고

(매니저씨도 인터넷이 끊긴 관계로 좋아하는 온라인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었지요.아이 고소해라.)

소금에 저려두었던 배추를 잘라서 김치를 담았답니다.

냄새에 민감한 그리스인들 덕에 김치는 한 번에 한 포기씩만 잘라서 담아 후다닥 먹고 치워야하므로, 자주 담아먹지는

못합니다.게다가 로도스에서는 겨울에만 무를 구할 수 있어서 젖갈이나 고춧가루를 한국에서 공수해온다해도

김치를 먹는 일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한국은 봄이 오는 느낌이 조금씩이라도 난다는데 그리스의 겨울은 끝이 날 기미가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밖은 이렇게 초록인데도 추위로 뼈마디가 시린 이 날씨,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2월, 로도스 시 외곽 팔레라끼 근처 - 오른쪽에 엷은 초록색을 띄고 있는 나무들이 그리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올리브나무입니다.>

 

 

이렇게 비가와도 고양이들이 피할 곳이 여기저기에 많이 있는 동네여서일까요.

녀석들은 뜨거운 여름보다 오히려 참 행복해 보입니다.

드디어 뒷문 여는 법도 익혀, 잠가두지 않으면 손잡이로 점프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머리 좋은 녀석 아스프로.

문을 열쇠로 아예 잠가 두었더니 오늘도 스파이더맨이 되어 밥을 요청하는 아스프로입니다.

너네라도 천진난만 살만하니 다행이구나.

 

좀처럼 견디기 힘든 그리스의 겨울을 나는 법

얘네들처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날씨에 파묻혀 우울함와 무력함의 끝을 볼 수 있답니다.

 

 

좀 춥고 게다가 월요일이지만,

에잇! 그런 것쯤! 떨쳐버리고

그리스 고양이들처럼

행복한 날 되기로해요~

앗싸

 

* 부디 싸다고 겨울시즌에 그리스를 여행하는 독특한 선택을 하지 말아주세요.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