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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한국어, 그리스인에겐 이렇게 들린다고 하네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2. 4.

 

 

한국인이 없는 곳에 사는 저와 딸아이는 평소 그리스인들과 섞여 있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있을 때는 그리스인들을 배려해서 둘이 대화를 해야 할 경우에도 그리스어를 사용합니다. 물론 둘만 있을 때는 항상 한국어 위주로 사용하지만, 만약 여러 친구들이 함께 있는데 우리끼리만 계속 한국말로 속닥 속닥 얘기할 경우 자칫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을 따돌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감정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좀 다른 경우지만 제가 한국에 살 때, 한국인 재일 교포 출신의 지인이 있었는데 한국어도지인의 아들과 이 지인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굳이 항상 일본어로만 대화를 해서, 사람들에게 빈축을 샀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저와 딸아이는 그리스인들 앞에서도 한국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개는 제가 딸아이를 타이르거나 이해시켜야 할 일이 생겼을 때입니다.

한국에서였다면 이런 경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이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용한 곳으로 따로 불러서 야단쳤을 상황인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어차피 함께 있는 그리스인들이 한국어를 못 알아 들으니, 사람들 앞이지만 아이에게 짧고 간결하게 한국어로 타이르게 되고 아이는 모국어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듯, 이내 수긍을 하며 "알았어요. 엄마. 제가 잘못했어요." 라든가 "아! 이런 상황엔 이렇게 해야 하는 거네요.. 알겠어요." 라고 한국어로 답하며 인정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가족이 아닌 다른 그리스인 지인들도 저와 딸아이가 한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거듭 저희의 한국어 대화를 듣게 되면서 저와 친해질 경우 꼭 제게 건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어는 참 부드럽게 들리네. 듣기 좋은 언어 같아.

난 너와 네 딸이 대화하는 한국말을 듣고 있자면 그렇게 나긋나긋하고 좋을 수가 없는 걸!"

HAAA

(그리스어로는 섬세하다. 부드럽다. απαλά / μαλακά 라는 표현을 주로 쓰는데, 굳이 한국어로 이들이 표현하는 적절한 어감의 단어를 찾아 보자면 나긋나긋하게 들린다라는 느낌인 것입니다.)  

 

 

한국어가 그리스인들에겐 나긋나긋하게 들리다니!

게다가 내 목소리가!?

 ??

저는 상당히 의외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말씀 드린 대로 제 목소리는 여성 중엔 저음이고 평소 말이 많지 않지만, 성량이 기차 화통 삶아 먹은 듯 좋아서 학생 때 수업 시간 제가 웃으면 서 너 반 건너 반 친구가 "야! 너 지난 수업 시간에 웃었지? 선생님이 뭐라고 했길래 그렇게 크게 웃었어? 네 웃음소리가 우리 반까지 다 들리더라!"

라는 소리를 듣던 우렁찬 목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늘 작게 말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목소리인 것입니다.

 

그런 제가 구사하는 한국어가 나.긋.나.긋.하.다.니...이런 말을 한 두 번만 들었다면 그냥 예의로 하는 말이거니 싶겠지만, 지금껏 수십 번도 넘게 들어본 데다가 어떤 경우엔 듣기 좋으니 일부러 더 한국어로 대화를 해 보라고 저와 딸아이의 대화를 부추기는 그리스인들도 있곤 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 이유가 참 궁금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한국어에 대해 왜 그렇게 느끼는 걸까?'

 화장

 

그런데 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습니다.

가끔 한국에 있는 지인들이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연결이 되지 않아 통화연결음으로 넘어갈 때가 있는데, 이 그리스어 통화연결음으로 그리스인이 말하는 것을 처음 접해본 한국인 지인들의 반응은 이러했습니다.

 

"어? 그리스어는 어떻게 들으면 러시아어 같이 들리기도 하고,

어떻게 들으면 이탈리아어 같기도 하고, 또 얼핏 들으면 일본어 같이 들리기도 해!

분명 딱딱 끊어지는데 좀 낯선 특이한 언어야…"

헐

 

실제로 한국어에 비해 억양이 더 강하고 액센트가 분명하며 딱딱 끊어지듯 말해야 하는 그리스어는, 얼핏 몇 몇 단어는 러시아어나 일본어와 비슷하게 들리는 경우도 있어서 그리스인들끼리도 러시아어나 일본어와 비슷한 발음 찾기 등을 하며 웃는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스 공중파 채널 ΣΚΑΪ (스카이)의 뉴스 영상들입니다.

여러분에겐 그리스어가 어떻게 들리시나요? 

 

 

 

 

결론적으로 한국인에게는 그리스어가 딱딱하고 억양이 강하게 들리고, 그런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그리스인에게는 한국어가 훨씬 부드러운 언어로 들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리스인 입장에서 볼 때, 같은 동양의 언어라도 TV에서 성룡(재키 찬) 영화를 통해 자주 접하던 중국어에 비해 한국어가 분명 발음은 더 잘 들리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나긋나긋한 느낌이 든다' 제게 비교해서 한국어의 느낌을 설명해 주는 그리스인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분명히 더 나긋나긋한 느낌의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 제가 살고 있다면 듣지 못 했을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발음 강한 그리스인들 덕에 졸지에 나긋나긋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고, 이렇게 한국말 대화를 감탄하는 얼굴로 쳐다보는 그리스인들은 제게, 평생 들어 보지 못한 '다소곳한 여자'가 된 것 같은 심한 착각을 들게 만들기도 하네요.^^

하트3 

며칠 전에도 그리스인 친구 카테리나가 "난, 한국어가 정말 부드럽고 좋아~~"라며 저와 딸아이의 대화에 얼마나 감탄을 하던지요...사실 우린 그날 오후 뭘 해 먹을까 아주 잠시 의논 중이었는데 말이지요...ㅎㅎ 

물론 한국에서 살면서, 도로에서 차 세워 놓고 길을 막은 채로 고래고래 싸우는 한국인들을 몇 번 목격한 바 있는 그리스인 남편 동수 씨는, '나긋나긋한 한국어'라는 정의에 대해 "한국어가 부드러운 것을 확실히 인정하지만 반만 인정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말입니다.^^;;

 

분명 한국어는 듣는 어감이 좋은 언어라고 저 또한 가끔 한국 라디오를 들을 때 감탄을 거듭하지만, 이 또한 제가 강한 억양을 사용하는 그리스에 살다 보니 저 역시도 어쩌다 듣게 되는 한국어의 나긋나긋함에 더욱 반하게 된 게 아닌가 싶고, 분명 이 느낌은 상대적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께도 나긋나긋하게 속삭입니다.

"여러부운~~ 좋은 하루, 되세요오~~"

오키

(저기... 저의 때 아닌 애교 때문에 출근하시다가 토하시면 안 돼요 ^^;; 암튼 좋은 하루...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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