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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그리스 문화

지중해식 탕수육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반응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1. 8.

 

 

지난 신년맞이 파티 때 케이크는 다른 가족들이, 요리는 제가 담당했었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참석자 수가 많으니, 늘 여러가지 종류의 많은 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날 요리했던 음식들의 일부를 소개하자면요.

 

삶은 문어와 치즈, 토마토, 칠리 소스를 이용한 그리스 요리입니다.

 

가족들이 그도록 기다렸던 한국음식 잡채입니다. 그리스는 겨울엔 시금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주 야채로 오이, 당근, 버섯, 양파, 다양한 파프리카를 사용했습니다.

 

올리브나무 표 닭가슴살 시저 샐러드감자 달걀 샌드위치 입니다.

레시피는 다음에 한번 소개하도록 할게요.

 

 

이런 요리와 함께, 밥과 야채에 간을 해서 계란 옷을 입혀 굽는 계란밥도 만들었습니다.

이 계란밥은 요리사 시누이와 딸아이가 가장 기다렸던 요리인데요. 두 마리아나 양이 이렇게나 기다린 이유는 이 밥이 한 번 먹으면 자꾸 손이 가는 그런 종류의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유난히 그런 요리가 있지요?^^)

 

 

사실 이 계란밥은 제가 어릴 때부터 한국에 계신 친정 엄마가 해 주셨던 요리인데요. 어릴 때부터 자주 얻어 먹으며 옆에서 같이 요리를 하다 보니, 나이가 들어 제 딸아이에게도 이 요리를 해 주게 되었고, 이제는 그리스인 가족들도 좋아하는 한국음식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딸아이는 학교 소풍을 갈 때, 이날은 특별한 날이니 그리스식 샌드위치가 아닌 계란밥을 싸가는 날로 생각하고 있는데요. 1학년 때 부모 동반 첫 소풍에서는 소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계란밥부터 꺼내 엄청나게 열중하며 먹어서 모든 엄마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적이 있습니다.

'올리브나무, 애 아침 굶긴 거야?"

"그럴 리가…쟤가 어디 굶고 참을 수 있는 애야?"

ㅎㅎㅎ

  

이 계란밥의 레시피는 아주 간단합니다.

 

 

먹어도 먹어도 자꾸 손이가는

계란밥

 1. 내가 좋아하는 야채들(당근, 오이, 호박, 파프리카, 버섯, 양파), 햄이 소세지를 아주 작게 썰어 줍니다. (한국에 살 땐, 단무지도 넣었었는데, 단무지를 넣을 경우 오이가 없어도 시원하더라고요.)

 

 2. 밥과 달걀과 1번 재료를 잘 섞어 줍니다.

    (저는 밥 양을 공기밥 네 개 정도, 달걀을 네 개 사용했습니다.)

 

 3. 소금, 후추, 참기름 약간을 넣어 적절히 간이 되도록 잘 섞어 줍니다.

 4. 예열한 팬에 기름을 두르고, 숟가락 크기로 떠서 구워줍니다.

 5. 적절히 구워지면 뒤집어서 구워줍니다.

 * 주의 : 중간 중간 기름을 보충하며 구워줍니다. 그렇지 않으면 거나 재료가 흩어져버릴 수 있어요.

 * 그리스인들에게 내 놓을 때는 케찹과 머스터드를 찍어 먹도록 소스 접시함께 놓았습니다.

 

 

 

또한 이번 파티에는 이제껏 그리스인들에게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았던 탕수육을, 지중해식 요리 재료를 섞어 살짝 변형해서 시도해 보았는데요.

기존 탕수육이 반응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그리스인들은 요리에 단 맛이 많이 가미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반 가정식 그리스 요리들이 한국 요리보다는 당연히 단 맛이 적고, 서유럽 요리들보다도 단맛이 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요리를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식조리사 자격을 획득할 때 궁중요리 까지도 접해보았기 때문에, 나라 간의 요리 맛이나 레시피를 비교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그리스의 디저트 류는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단맛이 강합니다.)  

이렇게 그리스 이민 초기, 일반 한국에서 흔하게 먹는 탕수육을 요리했을 때 소스가 달다며 반응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서, 이번 파티 때는 레시피를 변형해 본 것입니다.

 

 

 

올리브나무 씨 표 

지중해식 탕수육

 

1. 돼지고기 500g 을 얇게 채 썰어 양념에 30분 이상 재 놓습니다.

양념 : 소금, 후추, 맛술 1T, 오레가노 약간, 바질 약간

 

2. 튀김옷을 만들어 돼지고기와 잘 섞습니다.

튀김옷 : 달걀 흰자 1개, 고구마(감자) 전분 2C, 물 2C, 밀가루 1/2C

* 주의 : 전분을 미리 물과 섞어 두었다가 윗 물을 버리고

가라앉은 전분만 사용하면 더 바삭합니다.

 

3. 기름을 예열했다가 튀겨줍니다. 

제 경우엔 기름을 1~2cm 정도로 적게 사용해서,

튀길 때 고기를 뒤집어가며 튀겨줍니다. 

 

4. 소스와 담아서 내 놓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소스인데요.

소스 재료 : 물 1 과 1/2 C, 케찹 2T, 식초 1/4 C, 설탕 1/4C, 녹말 1T

파프리카, 양파, 오이 약간, 토마토 2개 (방울 토마토의 경우 10 알)

*

일반 탕수육 소스와 차이점은 간장과 목이 버섯이 들어가지 않았고,

케찹 양이 많으며 토마토를 섞었다는 것입니다.

이 토마토가 새콤한 맛을 더해주어 단맛을 덜 나게 만들며

풍성한 느낌의 지중해풍 소스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

소스 색이 진해 보이지요?

저희 그리스인 가족들은 좀 오래 튀긴 것을 좋아해서

취향에 맞게 튀김도 좀 색이 진해질 때까지 튀겼습니다.  

 

 

  

이 지중해식 탕수육을 먹은 그리스인 가족 친척들의 반응은 이전의 탕수육을 먹었을 때와 완전 달랐는데요.

이는 마치 한국인들 중 어떤 이들은 한국화된 이탈리아 음식이나 한국화된 그리스 음식을 원조의 맛 보다 더 선호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어쩌면 익숙한 맛이 편한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습니다.

 

 

호텔 요리사로 근무하는 시누이, 이탈리안 식당에서 근무했던 셋째 고모님, 피차리아(피자 파스타 전문 식당)에서 20대 때 피자 도우만 몇 년 동안 만드셨다는 시아버님, 군대에서 취사병이었던 매니저 씨를 포함하여 맛에 유난히 예민한 그날 파티에 참석했던 가족 친척들의 반응을 살펴보자면요.

(이렇게 가족 구성원의 프로필을 나열해 놓으니 제가 참 그간 그리스 요리를 익히며 그들 입맛에 맞는 맛의 정점을 찾기 위해 타박 받으며 지금에 이르게 된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엉뚱하게도 하산하는 무림 검객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은 마음이 듭니다...뭐, 검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네요.^^ )

 

"음, 이거 소스가 아주 맛있는데? 특히 토마토와 새콤함 달콤함이 함께 어우러져

튀긴 고기를 찍어 먹으니 정말 맛있어!"

오케이2

"고기도 전혀 돼지고기 냄새가 없이 적절하게 간이 배어 튀겨졌는걸? 맛있다!"

하트3

"이거 정말 특별한데? 분명 중국식 요리 같은 느낌이 나는데, 어쩜 이렇게 우리 입맛에 잘 맞지?"

 

 

엉엉드디어 그리스인 입맛에 맞는 탕수육을 개발했구나!

 

 

만약 지중해 음식 본연의 맛으로 이탈리아 음식이나 그리스 음식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살짝 변형된 지중해식 탕수육을 별미로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좀더 풍성하고 색다른 음식의 맛을 원하는 분들도 한번 도전해 볼 수 있을 듯 하네요.

 

여러분 맛있는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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