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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로도스

헤라클레스가 지나갔다는 장소에 가보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1. 6.

 

 

 

 

 

 

지난 주말, 저희 가족은 남편 매니저 씨의 일 때문에 로도스 섬의 산악지대에 있는 한 지역에 가야 했습니다.

그 지역에도 면 단위의 개성 넘치는 마을들이 있지만, 저희가 살고 있는 로도스 시에서 100km가 넘어 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지역이고, 우리나라 대관령 고개처럼 산으로 구불구불 도로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는 곳들이라 평소에 특별한 일 없이 가게 되는 곳은 아닙니다. (로도스 섬에는 로도스 시를 제외하고 읍 면 단위의 마을들이 총 45 개가 있습니다.)

 

 

일을 끝내고 로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인 엠보나라는 곳에, 그곳 출신인 이웃 술라 아주머님 가족들이 연휴 내내 머물고 있어 저희도 그곳에 잠깐 들르기로 했습니다.

 

 

엠보나 마을이 위치한 아타비로 산은 해발 1216m 높이로 설악산 대청봉(1707m) 보다는 낮고, 대관령(832m)이나 서울 북한산 백운대(836m)보다는 높은 산입니다.

 

 

오랜만에 이렇게 높은 산악지대로 들어가니 소나무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며 폐를 뚫고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는데요.

 '이 얼마만에 도시를 벗어나 피톤치드를 맞이하는지넘 좋다! 딱 좋다!' 

 

한참 산악도로를 지나는데, 매니저 씨가 "저기, 저기가 헤라클레스가 뚫어 놓은 산이야!" 라며 손으로 가리켰는데요.

 

 

차를 세우기가 위험해 차 안에서 찍어 좀 흔들렸지만, 노란 선을 기점으로 산이 둘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3학년 1학기에 역사 시간에 그리스 신화를 배운 딸아이는 놀란 눈을 깜빡이며 "왜 헤라클레스가 여길 이렇게 뚫어 놨는데?" ??라고 물었고,

 

매니저 씨는 그 전설 같은 스토리를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하루는 헤라클레스가 이곳을 급히 지날 일이 있었다고 해. 그런데 산 봉우리가 가로막혀 있었던 거야. 여긴 여름이면 건조해서 낙석이 많아 걷거나 등산하기 좋은 산은 아니니, 분명 바다 쪽으로 급히 가려니 길이 없어 답답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힘센 헤라클레스는 산을 뻥 뚫어 두 조각을 내버리고 그곳을 지나갔다는 이야기야. 그리스에는 책에 나오는 굵직한 신화가 아니어도 지역마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전설 같은 신화들이 전해 내려오는데, 알아두면 재미있겠지?"

 

 

잠깐 그리스 신화가 잘 기억이 나질 않는 분들을 위해 위키백과가 친절하게 설명해준 헤라클레스에 대해 알아보면요.

헤라클레스(이라클리스'Ηρακλης)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다.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의 뜻은 헤라의 영광으로, 어원학적으로는 여신 헤라('Ηρα)의 이름과 명예 클리스 κλης라는 낱말의 합성어이다. 도리스 족의 시조신이자 신성한 영웅으로 제우스와 알크메네의 아들이자 암피트리온의 양자이며 페르세우스의 후손이다.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칭총 받으며, 사내다움의 모범, 헤라클레스 가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막강한 힘과 용기, 재치, 냉정함과 활달함 그리고 성적인 매력이 전형적인 특징이다. 헤라클레스는 비록 오디세우스나 네스토르처럼 지혜롭진 않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용맹함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지와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헤르메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김나시온, 팔라에스트라의 수호자였다. 몽둥이를 들고 사자 가죽을 쓴 모습으로 묘사된다.

 

 

실제 그리스인들이 역사 수업의 1년을 할애해 그리스 신화에 대해 배우는 것은, 현재 국교가 있는 그리스인들에게 이 신화가 신앙으로서의 의미가 더 이상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전국 각 곳에 발에 채이듯 여전히 남아 있는 BC 3~4 세기의 유물들과 기록들을 이해하는 것과 또한 그 시대 이후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그리스 신화를 배우지 않고서는 가능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헤라클레스가 뚫어 놨다는 산은 가까이서 보면 정말 특수 공사 기계로 탁 잘라 놓은 것 같이 뚫려 있는데, BC 3~4 세기 고대도시의 집터들이 보존되고 있는 역사적인 섬 로도스이다보니, 오래 전부터 이런 전설도 내려오게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원전 407년경 로도스섬은 도시국가연합의 수도로 건설되어 상업적으로 번성했고, 그들의 주요한 동맹국 이알리소스ιάλυσος, 까미로스Κάμειρος, 린도스 Λίνδος 등 고대 도시국가가 위치했던 지중해 유수의 무역중심지였다고 하는데요. 현재에도 이 세 도시의 흔적은 로도스섬에 유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로도스 섬의 고대도시터 까미로스Κάμειρος (입장료 5유로, 로도스 시에서 1시간 거리) 

 

 

저는 엉뚱하게도 이 헤라클레스가 뚫어 놓았다는 산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예부터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 이유는 어쩌면 사람들은 헤라클레스의 패기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바다를 향해 가는데 산이 막혀 갈 수 없다고 남들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산을 뚫어 버리고 앞으로 전진하는 그 패기를!

...나도 내 앞을 가로막은 문제들을 고민하지 말고 뚫고 나가고 싶은데?'

 

 

여러분, 힘찬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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