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속의 한국

김탄과 차은상, 키스 왜 이래? 묻는 한류팬 아줌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1. 9.

 

 

 

오늘 한국어 수업을 하러 갔는데, 이민호 팬인 그리스인 이로 아주머님께서는 수업이 끝나길 눈 빠지게 기다리는 눈치셨습니다.

요즘 한국어 능력 검정시험 토픽 기출문제를 푸느라 수업이 좀 늦게 끝날 때가 많은데, 아주머님은 정말 궁금해 참을 수 없겠다는 표정으로 저와 디미트라를 살피셨습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고, 아주머님은 빛의 속도로 옆에 다가와 앉으시더니 저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있지, 올리브나무. 김탄과 차은상은 왜 그렇게 밖에 키스를 못 하는 거야?

응? 왜 그런 거야?"

 

 

저는 순간 무슨 말인가 멍해졌다가, 아! 드라마 상속자들 이야기를 물어보신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아주머님은 답답해 죽겠는지, 극 중 김탄과 차은상 역할을 하고 있는 이민호와 박신혜의 키스 장면을 담은 사진을 굳이 태블릿PC로 찾아서 보여주시기 까지 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하하…이로 아줌마, 저도 봤어요. 이 장면."

제가 웃으며 대답하자, 아주머님은 사진을 가리키며 또 대답을 재촉하셨습니다.

 

"아니, 왜 둘이 이렇게 어설프게 키스를 하냐고? 무슨 키스가 이러냐고? 밋밋하잖아.

왜 둘이 좋아하는데 이렇게 어설프게 뻣뻣하게 키스를 하는 거야?"

??

저는 '아…이 아주머님께서 한국의 청소년들을 잘 이해하지 못 하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저기, 극 중에서 아마 박신혜는 키스 경험이 별로 없는 평범한 한국 소녀로 설정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서로 키스하지 않고 그냥 소극적으로 키스하는 장면이 그려진 것 같고요. 한국 정서상 고등학생들이 너무 진하게 키스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 좀 불편한 시선이 있을 수 있어서도 그럴 거에요."

 

이로 아주머님은 제 말에 적잖게 충격을 받은 얼굴이셨습니다.

"아니…..그게 말이 될까. 얘네가 그러니까 한국 나이로 열 여덟이잖아. 어떻게 키스가 서툴 수가 있어. 어떻게 키스 경험이 적을 수가 있냐고…. 나이가 그만한데…."

대박아주머님, 한류팬이시지만 역시 그리스인이셨군요! 제가 잊을 뻔 했어요!

 

"아니, 그게요. 아주머니…한국의 학생들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경우도 요즘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리스 청소년들처럼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자랑하며 하는 경우가 아직 한국에서는 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문화라서, 그런 학생들도 있지만 그런 모습이 보편적인 것은 아니에요. 그리스는 뭐 학교 안팎에서 대 낮에도 쉽게 키스하는 중학생들을 볼 수 있지만, 한국은 학교 안에서나 등하교 시간에 친구들, 학부모, 선생님 다 보는 데서 그러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아요… 그게 한국 문화인 걸요."

 

아주머님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아, 그런 거구나….어쩐지, 너무 키스를 못 한다 했어. 저렇게 예쁜 애들이, 저렇게 서로 호감을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키스를 하나, 난 정말 이상했거든. 그러니까 설정이구나. 쟤네가 설마 진짜 키스를 저렇게 못 하는 건 아니겠지?"

헉"그,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제가 저 두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다 본 것도 아니고…

그건 도리어 이민호 팬인 아주머님이 더 잘 아실 것 같아요."

 

아주머님은 시큰둥한 얼굴로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흠. 뭐, 다른 드라마에서도 격정적으로 하진 않더라. 좀 아쉬워."

ㅎㅎㅎ 

 

요즘 김우빈도 너무 좋다고 갑자기 흥분하신 아주머니께서는 드라마 주제가 말이야,를 좀 어설프게 따라부르셨고, 그 반 박자씩 뒤로 밀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영락없이 한국의 나이든 어머님들이 모든 노래를 트로트나 가곡화해서 부르시는 모습과 비슷해서 저는 아주머님 무안하실까봐 웃음을 참느라 아주 이를 악물어야 했습니다...

ㅋㅋㅋ

 

 중국의 한류팬을 위해 중국어 자막이 달린 드라마 주제가 '말이야'입니다.

이 외에도 일본어, 영어 등의 자막이 함께 있는 영상들이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한류팬들이 한국인들과 다를 바 없이 동시간대에 한국 드라마를 함께 즐기고 있구나 싶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관련글

2013/10/19 - [세계속의 한국] - 이민호 덕에 혼자 한글을 깨친 그리스 아주머니

2013/08/04 - [세계속의 한국] - 한류팬 그리스인 아줌마에게 최고의 한국 선물

2013/06/21 - [세계속의 한국] - 한류팬 친구가 내게 한국 가면 꼭 사다 달라는 것

2013/02/19 - [세계속의 한국] - 드라마 7급공무원을 본 그리스인 아줌마의 반응

 

 * 댓글이 또 막 밀렸네요. 또 한국 시간으로 오늘 저녁 무렵엔 열심히 답글을 쓸게요. 쫌만 기다려 주세요^^

전 오늘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저녁에 시아버님 축하할 일이 있어 파티가 저희 집에서 있었는데, 오늘 아침 부터 지금 현재까지 20 시간 째 깨어 있는 중이랍니다.^^ 이제 자러 가려구요. 고맙습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