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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그리스어

한국어와 그리스어의 합성신조어를 사용하는 그리스인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0. 17.

 

 

 

그리스인들은 관광국에 사는지라 다른 언어를 접할 기회가 많아, 처음 들어 보는 언어를 접할 경우 대개 그 언어의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말은 배우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 그런 호기심 넘치는 그리스인들을 보며, 저는 도대체 알아서 뭘 하려고 이런 질문들을 하나 싶을 때가 많았는데, 한국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가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게 좀 황당하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이러한 외국어에 대한 자연스런 관심 때문에 제 주변엔 영어는 물론이고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인근 유럽국가의 간단한 기본 회화 정도는 구사할 줄 아는 그리스인들이 참 많습니다.

 

"어떤 땐,  독일어나 이탈리아어 간단 회화를 모르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여겨지니

 말도 안되는 일 아닌가요!!"

멍2

 

한국어와 그리스어의 합성어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딸아이와 제가 사용하는 한국어를 옆에서 지켜본 그리스인 가족들, 집에 자주 놀러 오는 친척들, 친구들은, 저희의 대화를 유심히 관찰했다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한국어 단어를 그리스어와 섞어서 적절히 사용하기 시작것입니다.

 

딸아이는 그리스에 와서 주변에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만큼 참 많은 별명을 얻었는데, (마굴라: 볼 / 띠루 :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 / 트위티 : 카툰 트위티와 닮았다고요./ 글리꿀리: 작고 달콤한 아이라는 뜻입니다.) 그 중 가장 많이 불리는 별명은 바로 "예쁘나끼" 라는 별명입니다.

 

먼저 주변 그리스인들은 한국어로 '예쁘다''예쁜이' 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고 예쁜 여자아이라는 표현으로, 뭔가 예쁜이 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이 작은 물건을 표현할 때 쓰는 말'-끼 -κι' 라는 어미를 그 뒤에 붙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방은 그리스어로 찬다Τσάντα, 인데 작은 가방을 찬다끼Τασνδάκι 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묘하게 한국어의 동물의 아기를 표현하는 '-새끼'라는 말이 떠올라서 이 그리스어 어미를 저도 자주 사용하곤 합니다.

    

보통 왼쪽은 찬다Τσάντα 라고 하고, 오른쪽은 찬다라고 할 수도 있고 찬다끼Τασνδάκι 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예쁜이(한국어) + 끼(그리스어 어미) = 예쁘나끼 로 탄생된 한국어 그리스합성신조어 별명은, 지금도 시아버지께서 딸아이를 부르실 때나 매니저 씨가 딸아이를 부를 때 사용되는 단어인데 묘하게 사랑스러운 느낌이 드는 단어라서, 마치 예전에 한국 코미디에 등장했던 '쪼매난 예쁜이' 라고 부르는 기분이랄까요?

 

 

3년 전, 딸아이가 처음으로 예쁘나끼 라는 별명을 얻었을 때의 사진들입니다.

지금은 더이상 이렇게 작은 아이가 아니지만, 친척들과 친구들이 여전히 딸아이를 예쁘나끼! 라고 불러주니 고맙지요.

합성신조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엄마, 졸려, 배고파 라는 세 단어의 한국어를 평소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딸아이 덕에 (이제 제 딸아이가 늘 배고픈 아이라는 것쯤은 많이들 알고 계시지요?^^엄청나게 해 먹이는데도 늘 맛있게 먹는 아이입니다.) 저희 집안 친척들과 매니저 씨 친구들과 지인들 까지도 지금은 이 세 단어의 한국어를 다 알고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요.

물론 매니저 씨 친구들이 예고 없이 집에 쳐들어왔을 때, 이 한국어 단어를 안다는 이유로 딸아이 흉내를 내며 어울리지도 않는 굵은 바리톤 목소리로 제게 " 엄마~ 커피 주세요~~~~~~" 라고 한국어로 말해서 매를 부르곤 한답니다.

커피한잔내가 왜 니들 엄마냐고...그런 말은 부디 한국어로 하지마..등골이 서늘하다고...

 

이 세 단어 중 배고파, 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딸아이에게 매니저 씨 친구들은 "배고풀라" 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는데요.

 

그리스어 어미 '–라 -λα' 역시 어떤 물건을 작고 귀엽게 표현할 때 그리스인들이 사용하는 어미입니다. 

(참 그리스인들은 이런 식의 언어 변형을 좋아해서 처음에 정말 배우느라 애먹었던 부분 중 하나랍니다. )

위에 말한 가방이란 뜻, 그리스어 찬다의 경우 찬둘라Τσαντούλα, 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주유소에서 αποδειξούλα 아뽀딕술를 드릴까요? 해서 처음에 모르는 단어인 줄 알고 깜짝 놀란 적 있었는데, 그 것은 영수증이란 뜻의 아뽀딕시απόδειξη 끝에 어미 '-라'를 붙여, 작은 영수증이란 뜻으로 사용한 것입니다.

 

늘 쉽게 배고픈 아이라는 뜻으로 배고파(한국어)라(그리스어 어미) = 배고풀라 라는 한국어 그리스어 합성신조어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 합성신조어 별명을 들을 때, 배고플까봐 라는 뜻의 "아이고 배고플라 애야~" 라는 한국어인것처럼 들려서 혼자 웃을 때도 많습니다.

 ㅎㅎㅎ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알아갈 제 주변 그리스인들이 얼마다 더 많은 두 나라 언어의 합성신조어를 만들어내게 될지 저도 궁금하기만 하네요.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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