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댓글에 그리스의 가을 날씨, 9월 날씨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그리스의 가을에 대한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사실 그리스의 여름은 바다수영이 가능한 5월 초부터 10월 초까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겨울 동안 문을 닫았던 호텔들이 문을 여는 4월 중순이 지나면 서서히 더워지기 시작해서 10월 중순이 되면 더위가 끝이 나는 것이지요.
제가 지내는 곳이 그리스 남부라 좀 더 덥긴 하겠지만, 지중해와 에개해의 기후상 그리스는 북부와 남부 간의 전국 여름 날씨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북부 일부 지역에서만 겨울에 눈이 올 뿐, 중부 지역인 아테네에서도 겨울엔 눈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언젠가 로도스에 출장 오셨던 아테네에 사시는 한국인께서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테네에서는 좀처럼 단풍을 본적이 없는데, 로도스에는 그래도 한 두 그루는 있는 것 같아요."
"네...산이 높으니 그렇긴 한데, 그 단풍은 여름부터 있다가 겨울에 없어지는 단풍이라서..."
"네? 아 그렇군요. 그래도 아테네에서는 그 조차도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실제 제가 이 지중해성 기후의 풍경이 눈에 익는 데에는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여름은 고온저습이라 갈색이고 겨울은 저온다습이라 푸르른, 우리나라와 완전 반대의 풍경들이니 말이지요.
다만 여름엔 워낙 여기 저기서 스프링쿨러를 많이 돌리다 보니 비가 6개월 동안 오지 않아도 꽃과 푸른 잔디가 있는 곳도 자주 볼 수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그리스의 여름 들판 풍경은 이렇답니다.
바로 오늘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 집에선 스프링쿨러를 돌리고 있네요.
9월 현재 아직도 초저녁 기온이 30도 정도 되서 저녁 수영이 가능한 그리스에서는 10월 초,중순이 되어야 여름이 끝이 나고, 가을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갑자기 겨울로 돌입해 버린답니다.
한마디로 그리스에서 가을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여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일 주일 정도를 가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단풍도, 단풍놀이도 그리스인들에게는 알 수 없는 풍경과 문화인 것입니다.
가을마다 제가 "아~ 단풍이 참 그립다!" 라고 말을 하면, 우거진 단풍이 물든 풍경을 태어나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그리스를 벗어난 적이 없는) 주변 그리스인들은 제게 이렇게 말을 하곤 합니다.
"그렇게 단풍들을 보면 예뻐? 영화에서 봐서는 그냥 그렇던데?"
겪어 본 적이 없는 풍경이니 당연히 그 감흥을 짐작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건 제가 그리스에 처음 오기 전에, 에게해 바다가 어떤 색을 갖고 있는지 영화 만으로는 그 느낌을 짐작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느낌일 것입니다.
작년 10월 말쯤 한국 내장산에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다고 여기저기서 사진이 올라왔을 때, 저는 으슬으슬한 날씨에 날마다 비가 오는 그리스의 점점 푸르러 가는 겨울 나무들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래서 가끔은 한국에서 8년 동안 등산 모임을 하며 오르내렸던 가을 산들 생각이 나곤 한답니다.
제게는 내장산보다 주왕산 단풍이 더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국의 단풍을 보며 험준하지만 매력적인 한국의 산들을 묵묵히 등반할 그런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때까지 체력 관리 잘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싶고요~
그리스에는 높은 산은 많지만 여름엔 고온 건조한 기후로 돌이 부서질 수 있고, 지나치게 덥기 때문에 등산을 크게 즐기지도 등산로가 발달하지도 않았습니다. 높은 산은 한국의 대관령 올라가듯이 차로 올라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스포츠라고는 산만 죽어라 타던 제가, 어쩌다 지금은 바다수영만 하는 반대의 상황에 놓였는지, 참 사람의 인생은 사람의 생각으로 다 헤아릴 수 없을 때가 많구나 싶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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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요즘 댓글에 답글이 좀 늦고 포스팅 시간도 들죽날죽 하지요? 요즘 딸아이 개학을 앞 두고, 저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이 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냐면... 여름방학이 석 달이나 되는 그리스에서, 일하는 엄마의 사정은 참 쉽지 않은 것이고, 한국에 다녀오느라 여름스쿨 신청도 못하고 아이를 끌고 다니며 일을 하다 보니 체력과 시간적인 소모로 예민해져 버린 것이지요. 다음 주에 개학을 하고 나면 좀 더 제 시간이 날 수 있겠지요? 그 땐 좀 더 빨리 댓글에 답글도 달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방학 석 달은, 매일 세 끼 만들어 줘야 하고, 집안 일과 바깥 일도 해야 하는 엄마에게는 너~~~~~~~~~~무 깁니다!!! 학교 다닐 때는 맛있는 샌드위치로 해결하는 아침식사를 방학 땐 꼭 밥과 따뜻한 갓 만든 음식들로 먹으려 하는 딸아이입니다. 게다가 밥 때가 지나는 것을 20분도 용납이 안 되는 배꼽시계를 가졌지요. 어쩜 그렇게나 외할아버지인 저희 아버지를 닮았나 모릅니다..ㅠㅠ 밖에 비가 안 온지 오래 되니, 며칠 전엔 과장하지 않고 제 검지 손가락 길이 만한 날아다니는 바퀴벌레들이 물을 찾아 집으로 침공해 들어와서 해충제 스프레이 한 통을 다 쓰고 박멸한 뒤, 찝찝해서 싱크대 전체를 다 뒤집어 물건을 빼내고 청소를 했습니다... 비가 지겹게 오는 겨울엔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지만, 그래도 정말 싫었어요...ㅠㅠ
세상의 모든 어머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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