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현재 한국 학생들과 젊은이들의 역사 개념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한국사가 다시 수능 필수 과목으로 채택되어야 한다,아니다 라는 논제가 이어져 오던 중, 드디어 한국사가 2017년부터 다시 대입 수학능력시험의 필수 과목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이는 지금의 중학교 3학년부터 해당이 됩니다.
일제강점기의 731부대를 독립군 부대로 인식하거나 신사참배의 신사를 gentleman이라고 알고 있는 세대들을 위해 이는 상당히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국사를 입시 과목으로 공부했던 저 역시 학생이었던 당시엔 대입 시험을 위한 암기과목으로 여기며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때 외워둔 내용이 분명 훗날 역사에 대해 다시 공부하면서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 사회교육 관계자들 중 일각에서는 이런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반기를 들거나 우려하는 여론도 있어서,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를 살펴보았는데요.
|
결국 입시를 위한 암기식 국사 교육이나 사교육을 양성하는 국사 교육보다는, 한 발 앞서서 한국사를 좀 더 정확히 이해하며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역사로서 배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얼마전 이곳 그리스의 국사 교육 현주소를 자세히 알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번 소개한 대로 학기 중에는 과중한 숙제로 공부 과외를 하기는 어려운 제 딸아이는 8월부터 복습 위주로 여름방학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그리스는 9월 10일 새 학년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여전히 방학이 좀 남은 상태인데요.
과외를 처음 하던 날, 선생님 소피아는 2학년, 3학년 국어(그리스어) 교과서와 수학 교과서를 들고 왔는데, 그 외에도 손에 큰 노트북 가방이 들려 있었습니다.
노트북을 들고 온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국사(그리스 역사) 과목이 시작되는데요. 물론 그리스 신화도 일부 다루며 다른 시대의 역사 수업이 진행되는데, 그리스 역사는 그 기간이 긴 만큼 워낙 방대한 내용을 배워야 해서, 학교에서도 대부분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재미있는 동영상이나 그림을 위주로 역사에 대한 내용을 먼저 이해 시키고 교과서 수업을 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들에게 국사가 쉬운 과목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재미있게 진행하기 위해서 시청각 자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지요."
놀란 저는 선생님에게 다시 물었는데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국사를 시작한다고요? 사회 과목에 묶여 있는 게 아니라 국사만 따로요? 좀 빠른 것 같은데 아이들이 이해하나요?"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도리어 어렵기 때문에 그리스인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하는 국사를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교육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는 것이지요. 오늘 제가 노트북을 들고 온 것도, 학교에서 수업할 때 쓰는 동영상과 프로젝트 파일이 있는데, 3학년이 되기 전에 한번 미리 훑어만 봐도 역사를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들고 왔어요. 사실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은 국사라고 지정된 과목이 아니어도 이런 자료들을 볼 기회들이 유아기부터 많이 있었을 텐데, 한국에서 살다 온 마리아나는 유치원 때 그리스에 오긴 했지만, 갑자기 시작하는 국사 과목에 다른 아이들보다 혹시 이해가 떨어질 수도 있어, 도움이 될까해서요."
3학년에 국사 과목이 있는 지 몰라 미리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챙겨준 선생님이 고마웠습니다.
수업을 마친 후, 딸아이에게 이 역사 수업이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리스 역사를 동화책에서 볼 때는 좀 어려운 것 같았는데, 선생님이 재미있는 동영상과 그림파일들을 보여줘서 이번엔 다르게 느껴졌어. 아주 재미있었어."
* 2013년 현재 그리스의 초.중.고등학교 국사 교육은 이렇습니다.*
이렇게 내용만 심도 있어질 뿐, 똑같은 시대의 내용을 10 년간 반복 하다보니 그리스 학생들은 당연히 국사에 대한 상식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대학 입시에서 문과의 경우 국사는 필수 채택 과목이고, 이과의 경우 국사는 입시 과목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과 학생이 굳이 입시 과목으로 채택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는 대학 입학 시 내신 반영률이 높기 때문에 국사를 공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
이제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채택된 대한민국에서도 한발 더 나아가 역사의식 고취와 국사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는 젊은이들을 양성하기 위해, 학교 내에서의 국사 교육을 현재 초등학교에서 사회 과목의 일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시간을 안배하고 이해 위주의 교육으로 접근한다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의 국사 교육이 비록 입시위주의 암기식이라 하더라도 초등학교 때 이미 배운 기본적인 한국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들도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빠른 정보전달로 인해 국제사회의 문화가 점차 하나로 비슷해져 가는 현재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기본 정체성이 바탕이 되었을 때 우리나라는 더 경쟁력 있고 특화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관련글
2013/04/29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빼앗긴 유물 반환을 호소하는 그리스인들의 독특한 운동
2013/07/07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선행학습? 복습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리스 교육
'신기한 그리스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소식이 줄을 잇는데, 여긴 아직 여름이에요! (36) | 2013.09.29 |
---|---|
낮잠이 게으름의 상징이라고 오해하면 안 되는 그리스 문화 (52) | 2013.09.24 |
돌다리도 두드리는 그리스의 초등학생 의료검사 의무제도 (35) | 2013.09.13 |
양 뺨을 하객 수만큼 돌려대야 하는 얼얼한 그리스 결혼식 (40) | 2013.09.10 |
단풍놀이는 꿈도 못 꾸는 아쉬운 그리스 (48) | 2013.09.04 |
열여섯 살 연상 유부녀에게 대시하는 그리스 남자 (19) | 2013.08.19 |
오스트리아인 며느리도 결국 울려버린 그리스 시어머니 (28) | 2013.08.15 |
아무때나 남의 집에서 자고 가는 불편한 그리스 문화 (59) | 2013.08.12 |
컴퓨터 대신 엉뚱한 것을 컴퓨터라 부르는 신기한 그리스 문화 (28) | 2013.08.10 |
내가 한국여자여서 제대로 오해한 그리스인 내 친구 (44) | 2013.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