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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그리스어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 한국어와 발음이 똑같은 그리스어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6. 10.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

한국어와 발음이 똑같은 그리스어들







1. "알겠다."


그리스에 이사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 일입니다.

친척 끼끼의 딸 미카가 저희 집에 놀러왔는데, 저희 아이와 비슷한 또래라 둘이 말이 잘 통하지 않았어도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둘이 너무 떠들어서 제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어야 할 만큼 친구같은 사촌입니다.)


그 무렵, 지금보다 많이 어렸던 두 아이입니다.



둘이 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미카가 딸아이에게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알겠다."

응????? 쟤 지금 한국말 한거야?

저는 제가 혹시 잘못 들었나 해서 다시 더 가까이에 앉아 들어 보았습니다.

딸아이가 미카에게 그림 도구를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미카는 또 다시 또렷하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알겠다."

헉

'뭐, 뭐, 뭘 알겠다는 거야? 쟤는 어떻게 저런 한국말을 아는 거지? 딸아이가 가르쳐주었나????????????'


정말 궁금했지만, 일단 참고 기다렸습니다.

미카가 집에 돌아가자마자 저는 잽싸게 딸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너, 미카에게 '알겠다'라는 한국말 가르쳐 주었니?"

"아닌데. 나 그런 적 없는데."

딸아이도 당시 그리스어를 잘 모를 때였기 때문에 무슨 내용을 말하는 지 모르고 들은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아프게 고민해 보아도 도저히 알 수가 없어, 다음 날 있는 그리스어 수업 시간만 기다렸는데요.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그리스어로 알겠다. 가 무슨 뜻이에요?" 라고 물었고 선생님은 제 얘길 듣더니 웃으며,

정확한 발음은 "Αρκετά 아르겠다."이고, '충분한'이란 뜻이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듣고 보니 제가 이미 한국에서 공부할 때 알았던 단어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회화에서 빠르게 사용하니 완전

다르게 들려, 놀랐던 것입니다. 

미카는 그림 도구가 충분하니 그만 주어도 된다는 뜻으로 '알겠다', 라고 말한 것이고 그 단어만 딱 떼어 놓고 들으

면 정말 한국어처럼 들려서, 지금은 생활에서 저도 많이 사용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용할 때마다 웃음

이 나온답니다.

ㅎㅎㅎ


작년 여름, 딸아이 방 베란다에서 수영하며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미카와 마리아나.

두 아이는 올해도 학교가 끝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2. "아기나라"


하루는 시어머님께서 무슨 요리를 할까 고민하시다가, 오늘은 장을 봐다가 이 요리를 해야겠다며 보여 주셨습니다.

희안하게 생긴 야채에 토마토 소스를 넣어서 만드는 요리인데, 이 야채가 맛이 워낙 특이해서 그리스인 중에서도

호불호가 분명히 나뉘는 음식이라고 말해 주셨답니다.

제가 이 요리에 대한 설명을 실컷 듣고 나서 "어머님 이 요리 이름이 뭐에요?" 라고 묻자,

어머님은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아기나라.αγκινάρα" 이러시는게 아니겠어요????


헉어머! 음식 이름이 '아기나라'에요??????




  

이 '아기나라 αγκινάρα' 는 우리나라에는 '아티초크'라는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액센트 '나'에 있어, 절대음감 게임할 때 처럼 아기라로 읽으시면 됩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되묻자 왜 그러냐고 어머님이 도리어 놀라서 물어 보셨고,

저는 한국에서 '아기나라' 어떤 뜻의 단어인지에 대해 설명해 드렸습니다.

ㅋㅋㅋ

어머님께서 깔깔깔 웃으시더니, 그 뜻대로 라면 이 음식의 이미지는 상당히 괴기스럽겠다,라고 정말 재밌어 하셨습

니다.

웬만한 야채는 다 좋아하는 저이지만, 이 아기나라,라는 식물 워낙 독특해서 이 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요.

어쩌면 이 요리 이름이 주는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답니다.^^




3. "할끼다"


아테네 근처를 매니저 씨와 여행할 때의 일입니다.

아테네 근교 도시 중 한 곳에 매니저 씨의 친구들이 산다고 해서, 그 곳에 호텔을 정하고 며칠 묵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호텔 예약을 하기 위해 도시 이름을 검색해야 해서 정확한 지명을 좀 달라고 매니저 씨에게 물어보았는데요.

매니저 씨"응. 할끼다." 라고 말을 했고, 저는 "응? 뭐라고?" 라고 다시 물어야 했습니다.

그게 정확하게 그리스어의 또노라고 불리우는 액센트까지도 '끼'에 있어서 이건 어떻게 들어도 경상도 사투리

'할끼다'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할끼다 Χαλκίδα''다'영어의 혀가 나오는 다(TH) 발음이기 때문에 자세히 들으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흘리듯이 얘기하면 누가들어도 경상도 말같이 들린답니다.


그래서 매니저 씨에게 "할끼다가 한국어 지역 방언으로 무슨 뜻인 줄 알아?" 라고 물어보니 당연히 모다길래,

"할 것이다.(θα κάνω. : I will.)" 라는 뜻이야, 라고 말 해주었습니다.

우하하

매니저 씨는 그게 그렇게 신기했는지, 깔깔거리고 웃으며 즐거워 했답니다.

물론 며칠 전, 이 얘기를 디미트라와 갈리오삐에게도 해 주었는데, 한국어를 조금 아는 그녀들은 정말 즐거워

했습니다.


렇게 신나게 웃은 덕분이었을까요?

이 할끼다에 갔을 때, 정말 희하고 독특한 매니저 씨의 친구들과, 희한한 사건들이 있었는데요.

그 이야기는 내일 포스팅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