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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그리스 고양이

고양이 마브로, 나는 아직도 너를 기다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 19.

고양이 마브로,

나는 아직도 너를 기다려.

 

 

 

 

 

 

 

마브가 저희 집에 처음 온 날에 대해서는 지난 번에 포스팅 한 적이 있었습니다.

 

 

2013년 1월 4일 올렸던 내용입니다.

 

아스프로와 쌍둥이로 태어났던 마브로는 제게 첫 번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엄마 까페는 참 좋은 엄마 고양이었습니다.

늘 이 둘을 끼고 다녔지요.

훗날 보니 모든 야생 고양이 엄마들이 자식들을 그렇게 살뜰하게 돌보는 게 아니더군요.

 

도도한 아스프로와 달리 붙임성 좋고 활발한 마브로는 뒹굴뒹굴 장난치길 좋아하는 귀여운 아기고양이었습니다.

 

 <아기고양이었던 아스프로>

 

그러던 어느날 아침,

아기 고양이들이 태어난지 석달쯤 되었던 때였을까요.

엄마 고양이 까페는 집 앞쪽 큰 길에 쓰러져 자는 듯 의식이 없었습니다.

온 몸에 외상이 하나도 없는데,

그렇게 몸을 쭉 뻗고 누워있는 까페를 보고 있자니

그런 모습을 처음 본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몰랐습니다.

옆집 술라아줌마가 나오더니

뭘 잘못 먹고 죽은 것 같다며 까페를 옮겨다 묻는다고 데려갔습니다.

 

 

도도하고 강한 아스프로는 도리어 잘 버텼습니다.

그런데, 명랑하고 붙임성 좋던 마브로는 엄마를 잃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아파 살이 하나도 없던 마브로>

 

마침 큰 개를 오래 키워온 오스트리아 사촌 마사가 집에 놀러와 있었는데,

저를 도와 마브로를 함께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마브로가 '제가 어디선가 얻어입은 저 꽃분홍 트레이닝복'을 좋아해서 저 바지를 닳도록 입었었네요. 결국 헤져서 버렸지요.>

 

마브로는 건강을 되찾았고

제 옆에 늘 붙어다니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마치 엄마라도 되는 냥, 무릎에도 앉고 품 안으로도 뛰어들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커가며, 마브로는 더 의젓해져서

다른 가족들에게도 잘 안기는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동네 큰 개들과도 친구가 되어서 대화하는 사이가 되었구요.

 

 

틈만나면 식빵도 구울 줄 아는 청소년 고양이로 자랐습니다.

 

 

 그리고 일년 전쯤

......

아무 통보도 없이, 그냥 사라졌습니다.

동네를 다 뒤지고, 주변을 다 돌아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지요.

원래 야생고양이로 길러진 녀석이라

어디든 갈 수 있겠지만

그리고 누구도 그 녀석이 잘못된 걸 발견하지 못한 걸로 보아

분명히 다른 곳에 정착한 것이겠지만

동네 아줌마들은 분명 짝을 찾은거라고 그래서 다른 곳에 정착했을거라고

말들하지만

집안에서 끼고 키운 것도 아닌데

그 상실감이란...아.

.

.

.

 

몇달동안 사라졌다 돌아온 아스프로처럼

마브로 그냥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스프로 여전히 도도하며, 이젠 여자친구도 생겼고,

저렇게 건강하게 자랐는데,

마브로도 그럴까 생각해봅니다.

 

어디야

마브로, 나는 아직도 너를 기다려. 알고 있는거야?